한국 축구 대표팀 조규성이 포르투갈과 경기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와의 신경전에 대해 언급한 가운데, 호날두가 해명에 나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둬 16강 티켓을 따냈다.
16강 진출의 주역은 선제골을 터뜨린 김영권(울산)과 극장골의 주인공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지만, 호날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0-1로 지고 있던 전반 27분 이강인(마요르카)의 코너킥이 호날두의 등에 맞았고, 마침 문전에 있던 김영권이 넘어지면서 날린 왼발 발리슛이 포르투갈 골문을 열었다.
전반 42분에는 비티냐(파리 생제르맹)의 중거리 슛을 김승규가 쳐낸 것이 마침 호날두 앞으로 흘러나왔고, 호날두는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슈팅은 골대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이는 마치 호날두가 한국 대표팀의 수비수가 된듯 다급히 위험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 모습과 유사했다.
사실상 전반에만 호날두 덕에 벤투호가 두 골을 번 셈이었다.
이날 수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슈팅도 정확하지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이어 온 호날두는 결국 후반 20분 교체돼 벤치에 앉게 됐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해 소감을 밝히면서도 “호날두가 경기장에서 뛰는 동안 포르투갈어로 욕을 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조규성은 “(포르투갈 선수들이) 욕을 해서 저도 일부러 건들면서 시비도 걸고 그랬다”며 "호날두가 교체돼 나갈 때 빨리 나가라고 말했다. 그랬는데 (호날두가) 갑자기 포르투갈 욕설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날두는 날강두”라고 진심 섞인 농담을 했다.
호날두의 ‘도움’으로 동점골을 넣은 김영권은 “(호날두가) 포르투갈어로 욕을 계속 하는 것 같더라”며 "우리 팀 코칭 스태프가 포르투갈 분이 많아서 욕을 알아 듣는다”며 “그냥 혼자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욕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 선수가) 빨리 나가라길래 입다물라고 했을 뿐”이라며 “그에겐 그런 말을 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심판이 지적할 문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선수들 뿐 아니라 모두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다음 경기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애써 불편한 감정을 감췄다.
한편 12년 만의 월드컵 16강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벤투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뛴다. 바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 진출이다.
16강 상대는 월드컵 최다(5회) 우승국이자 FIFA 랭킹 1위인 브라질이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일 오전 4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8강 진출이라는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