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파산 위기에 처한 스위스 2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5억 달러(약 6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승차공유 서비스부터 영국 프로축구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가 보폭을 더욱 넓히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간)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CS 퍼스트보스턴에 대한 5억 달러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자금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CS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존 투자(IB) 부문을 개편해 최근 신설한 법인이다.
CS는 지난해 4월 미국 월가를 뒤흔든 아케고스캐피털 마진콜 사태에 자금이 물려 50억 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안고 경영난에 빠졌다. 여기에 총 100억 달러를 조성해 투자한 그린실캐피털 파산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CS는 올 상반기에만 19억 스위스프랑(약 2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수렁에 빠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CS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사우디다. CS 새 경영진은 10월 사우디국립은행을 최대주주로 하는 42억 달러 규모의 증자로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WSJ는 “빈 살만 왕세자가 (5억 달러를) 사우디국립은행을 통할지, 아니면 따로 투자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국립은행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전기차 제조사인 루시드모터스를 비롯해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트위터, 씨티그룹 등에 대한 사우디국부펀드의 투자를 주도하며 이미 투자계의 ‘거물’로 평가되고 있다. 사우디국부펀드는 지난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뉴캐슬유나이티드를 사들이기도 했다. WSJ는 “빈 살만이 사우디의 영향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