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혼합현실(MR) 기기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든 게임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올해 들어 메타버스 열풍이 급격히 잦아들면서 본업인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애플이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관련 사업을 준비해온 게임사들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배우 김아중, 이준혁 소속사 ‘에이스팩토리’ 지분 51%를 398억 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JTBC 드라마 ‘인사이더’를 공동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이기도 하다. 넷마블에프앤씨는 디지털 휴먼, 버추얼 프로덕션, 블록체인 게임 등 그룹의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넷마블에프앤씨가 투자를 결정한 것도 메타버스 사업 협업을 위해서다.넷마블에프앤씨 관계자는 “에이스팩토리 드라마에 넷마블에프앤씨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 휴먼을 출연시키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에이스팩토리가 보유한 배우, 드라마 지식재산권(IP)를 넷마블에프앤씨가 제작하는 게임, 웹소설 등 콘텐츠에 적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게임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승리호’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를 1607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SM엔터테인먼트, RBW에 수 백억 원을 투자한 컴투스가 대표적이다. 넥슨도 올해 상반기 ‘어벤저스’ 루소 형제가 설립한 제작사 ‘AGBO’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외에도 스마일게이트와 크래프톤이 자사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영화를 제작하고, 가상 아이돌을 제작해 가수로 데뷔시키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사들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하는 당장의 이유는 게임 외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메타버스’ 시장 선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게임엔진 기술, 스토리텔링 능력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노하우는 이미 갖추고 있다”며 “결국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유명 IP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컴투스도 SM엔터 지분을 매집한 이유로 ‘메타버스 사업 협업’을 들었다. 컴투스는 후년 초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SM 아티스트들이 입점하는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게임사들은 메타버스 사업에서 당장의 성과는 보여주고 못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일게이트 가상인간 ‘한유아’와 크래프톤 ‘애나’ 모두 가수로 데뷔했지만 멜론 차트 10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컴투스 미디어사업부문은 올해 3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했고, 넷마블에프앤씨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전개하면서 2020년 72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 276억으로 급감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메타버스 열풍 자체가 사그라들면서 본업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출시가 내년 초로 임박했다는 소식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MR 헤드셋 전용 운영체제(OS)로 알려졌던 ‘리얼리티 OS’의 명칭을 ‘xrOS’로 변경하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상표권 확보에 돌입했다. 애플이 과거에도 제품 출시 직전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상표권을 확보해온 만큼 업계에서는 헤드셋 출시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소식에 넷마블과 컴투스 주가가 최근 꿈틀대기도 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름값이 확실한 애플이 메타버스에 뛰어들면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질 것”이라며 “관련 콘텐츠들을 준비해 온 회사들이 내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