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사가 좀 될까 했는데 지난해보다 더 힘드네요. 매일 장사를 해도 손해가 쌓여서 내년에는 겨우 한 명인 직원마저 내보내고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최근 대학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기자에게 한숨을 내쉬며 던진 말이다. 코로나19가 말썽이던 지난 2년 동안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텼는데 올해부터 이마저도 끊기고 대출이자는 무섭게 치솟아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토로다. 송년회와 성탄절·신년회 등 이벤트가 많은 연말연시는 외식 업계의 대목으로 꼽히지만 여전한 코로나19 탓에 올해까지 예약도 뜸하고 장사할수록 적자만 쌓여간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살아왔다. 한국은행이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10.9%로 전년(12.1%)보다 낮아진 반면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7.6%에서 8.6%로 늘었다. 장사가 안 되지만 가게를 닫지 않는 사장님이 늘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각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액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 중 결손 기업 비중은 38.9%로 조사됐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적자를 보면서 영업을 계속했다는 의미다. 음식·숙박업의 결손 기업 비중은 62.4%로 업종 가운데 가장 심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 달리 올해 사정은 더 나빠졌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잠잠해졌지만 불황이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은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왔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당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산업계의 모세혈관이 죽어가는 상황임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8월 17~31일 정부에 접수된 손실보전금 이의신청 9만여 건 가운데 96%는 검증에만 한 달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인 ‘온전한 손실보상’ 이행은 둘째 치더라도 약속한 손실보전금은 신속히 지급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