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韓, 30년보다 긴 재정계획 필요…파격 인구대책도 내놔야"

■재정 전문가 코틀리코프 美 보스턴대 교수 제언

美 75년 전망할때 韓 30년 그쳐

現장부에 미래세대 부담 반영하고

연금 수급 개시연령 67세로 상향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시급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 보스턴대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개발연구원(KDI)로런스 코틀리코프 미 보스턴대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정책 전문가인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 보스턴대 교수가 “30년보다 더 길게 보는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30년간의 재정 운용 전략인 ‘재정비전 2050’을 수립하는 한국 정부에 보다 긴 호흡의 재정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6일 코틀리코프 교수는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미래 세대는 30년보다 훨씬 오래 재정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75년, 유럽연합(EU)은 더 장기적인 관점의 재정 전망을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재정 전략은 뒤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기반으로 재정 상황을 평가하는 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당장의 증세와 지출 감소로 숫자를 끼워 맞출 수 있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로만 재정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 세대의 부담까지 반영된 지표인 ‘재정 격차’와 ‘세대 간 회계’ 지표를 기반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 격차는 미래의 지출과 수입의 차이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것이고, 세대 간 회계는 재정 격차에 기반할 때 미래 세대에 남겨질 재정 부담을 산출하는 지표다. 즉 재정 격차와 세대 간 회계 지표를 활용해 지금 당장 정부의 ‘지출 장부’에 미래 세대의 부담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과감한 연금 개혁으로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가 연금 기금 규모, 앞으로 전망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만큼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꿀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이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의 미래 세대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극적인 인구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친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재정을 투입한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아이 돌봄 인프라에 적극 투자해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근로 장려 인센티브 확대, 은퇴 연령 상향 조정 등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국제기구도 향후 엄중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토르 가스파르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국장은 “고물가에 따른 생계 위기 및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을 위해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 경제 기반 약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고려한다면 재정 여력 확보 및 재정 준칙 준수를 통한 긴축적인 재정 운용 유지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욘 블론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장 역시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지출 압력 조정 및 자원의 효율적인 재배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