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새로운 ‘기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무역 분쟁의 수단이었던 관세를 기후변화 대응 카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이 이번 관세의 핵심 타깃임이 명백한 만큼 최근 악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대중국 관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고안한 방안이다. 아직은 공식 제안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 아이디어 단계로 관세 부과를 위한 법적 근거와 적용 기준 등을 마련해 EU와 합의하려면 일러야 내년 말에나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EU가 탄소배출과 세계적인 생산 과잉을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어젠다를 진전시키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번 논의는 지난해 10월 미국과 EU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 해소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분석된다. 당시 미국과 EU는 철강·알루미늄 생산과 관련해 환경 기준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합의 직후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60%, 알루미늄 생산량의 5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관세가 도입되면 미중 갈등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번 논의는) 미국과 유럽 관계에는 긍정적 신호인 반면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현재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기로 약속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에 어떤 법적 근거를 적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EU·중국·일본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내세운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가 재등장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관세의 사정권에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현재 다른 국가에 적용할 관세율 범위에 대해 고심 중이며 EU 측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