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은행 창구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경영 여건이 더 나빠지면 일부 대기업조차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79조 700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0조 5000억 원 증가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후 1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 기업대출은 올해 1~11월 누적으로 114조 원 증가해 지난해 1~11월(92조 1000억 원) 수준을 넘어섰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223조 원으로 6조 5000억 원 증가했고,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6조 7000억 원으로 4조 원 늘었다. 개입사업자 대출도 443조 5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지속,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대기업의 은행 대출 활용 지속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채는 2000억 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9월(-6000억 원), 10월(-3조 2000억 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순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는 전월 대비 3조 3000억 원 늘어나면서 우량물을 중심으로 순발행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7조 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 원 줄면서 4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대출 금리 상승에 대출 규제마저 겹치면서 2조 원 감소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집단대출과 개별주담대 취급 증가에도 전세자금대출이 다소 줄면서 1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