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제는 영세기업의 경영난과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으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마저 사라진다면 중소기업의 큰 충격이 예상됩니다.”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이 올해 말로 종료가 예정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더 연장해달라고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 폭등, 인력난 등 ‘5중고’로 현상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영세 기업이 부담을 일부 덜기 위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69개 중기 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제 적용 부담을 일정 기간 덜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는 주 8시간의 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제도를 말한다. 올해 12월 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300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강행된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과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근로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는 등 주 52시간제 이후 오히려 삶의 질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아 제도 개선을 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기업은 사업을 존속하고 근로자는 생계를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건설정비업계는 최근 최저임금과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현상유지도 어려워 그나마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종 특성상 고된 작업환경으로 인력난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마저 없어지면 경영상황이 더 나빠질텐데 별다른 대책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실제 영세 기업일수록 관련 제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중기중앙회가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초과기업의 10곳 중 9곳(91.0%)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관련 제도가 올해로 끝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곳도 75.5%에 달했다. 일몰 도래 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가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다음으로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인력부족 심화’(64.2%),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 ‘생산성 하락 및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계약 배제’(20.8%) 순이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당장 올해 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인 만큼 일몰 폐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