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좋은 곳에는 이미 병원이 다 있습니다. 이미 포화 상태인데 코로나19까지 터져서 개원하려는 의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방 쪽은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
한방병원이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상가마다 의원이 즐비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의사가 개원을 주저하고 있는 데도 한의사는 병원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말 479개였던 한방병원은 올해 6월 기준 513개로 7.1%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요양기관이 9만 8479개에서 9만 9645개로 1.2%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한방병원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종합병원 2.5%, 의원 1.9%, 약국 1.3% 등의 순이었다. 조산원의 경우 오히려 6.3% 줄었다.
종합병원은 319개에서 327개, 의원은 3만 3912개에서 3만 4541개, 약국은 2만 3773개에서 2만 4089개로 각각 늘었다. 조산원은 16개에서 15개로 감소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요즘 개원하려면 은퇴할 때가 다 된 원장이 있는 곳을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환자가 확 줄어든 점도 개원을 망설이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한방병원은 유독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의료계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한방병원을 세워야 자동차 사고 환자 유치가 쉽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한방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웬만한 한방병원은 교통사고클리닉을 두고 있다”며 “입원 환자를 받으려면 한의원으로는 안 되고 한방병원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한방병원이 늘어나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방 요법에 대한 건보 적용 확대도 한방병원이 늘어나는 데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자가 많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방병원이 증가하다보니 한방병원 한 곳당 진료비는 줄고 있다. 2021년 상반기 5억 7900만 원에서 진료비는 2022년 상반기 5억 2800만 원으로 8.8% 감소했다. 13개 종류의 요양기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체 요양기관의 한 곳당 진료비는 4억 5900만 원에서 5억 300만 원으로 9.6% 증가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가 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재의 출혈 경쟁도 차츰 모습을 감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한방병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일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