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의약품 품절·감염자 '통계 불신' 고조…中 제로 코로나 전격 폐지에 '대혼란'

"진단키트·해열제 등 사두자"

약국 앞은 아침부터 장사진

베이징 감염자 42% 급감에

SNS에선 "실제 70만명 넘어"

방역완화에 감염 우려 커져

"외출 자제로 소비침체 지속

경제 반등 기대 성급" 분석도

중국 국무원의 발표로 방역 조치가 완화된 8일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와 감기약, 해열제 등의 약품을 사기 위해 베이징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중국 국무원의 발표로 방역 조치가 완화된 8일 베이징 시민들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와 감기약, 해열제 등의 약품을 사기 위해 베이징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럽게 제로 코로나를 사실상 폐지한 중국 사회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감염되더라도 중증도가 심각하지 않다며 방역 조치 완화에 한층 속도를 낼 태세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정책 급선회에 따른 불안감에 의약품 사재기에 나서고 외부 활동을 꺼리는 추세다. 조속한 일상 회복을 노리는 당국의 의도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중국 당국은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제로 코로나 출구전략의 앞날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만 579명(무증상 8327명 포함)으로, 불과 이틀 전과 비교해 31.1%나 줄었다. 베이징시의 경우 10일 기준 신규 감염자 수는 1661명으로 국무원의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전날인 6일(3974명) 대비 42%나 급감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감염자 감소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신으로 가득하다.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7일 중앙정부의 방역 완화 발표 이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감소한 데 따른 착시 현상일 뿐 실제 감염자 수는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2100만 베이징 인구 가운데 70만 명 이상이 감염될 것이라는 루머도 떠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로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 지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소가 11일 문을 닫았다. 김광수 특파원.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로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 지역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소가 11일 문을 닫았다. 김광수 특파원.



실제 베이징 시내에는 PCR 검사소가 대거 줄어들면서 검사를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고 증상이 있더라도 검사를 받거나 병원에 가지 않고 외출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이들이 몰려가는 곳은 약국이다. 시내 곳곳의 약국에는 감염 여부를 확인할 자가진단키트나 해열제·감기약 등의 치료제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곳곳에 눈에 띈다. 대표적 독감 치료제 ‘롄화칭원’이 기존의 30위안에서 100위안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 등 코로나19 감염 시 복용하는 약품들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게 됐고 진단키트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품절 상태다. 봉쇄에 대비해 식료품 사재기를 하던 것이 약품 사재기로 전환된 것이다.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자 중국 공정거래 감독 기관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염병 관련 물자의 가격과 경쟁 질서에 관한 경고문’을 공지하고 부당 행위에 대한 단속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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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에도 11일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 지역의 쇼핑가에 오가는 사람이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에도 11일 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 지역의 쇼핑가에 오가는 사람이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인들의 외부 활동은 더 줄어들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여전히 식당·카페 등의 취식이나 헬스장 등 실내 영업 시설 이용 시 48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방역 완화에 따른 감염 우려는 더 커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차오양 등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지역도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았고 인적도 보기 드물다고 전했다. 베이징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 쇼핑가 역시 이용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수의 매장이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제로 코로나 폐기에 따른 경제 반등을 섣불리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10일(현지 시간)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서밋의 영상 연설에서 “중국이 경제성장 재개를 위한 길을 다시 열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의 제로 코로나 폐지에도 감염에 대한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큰 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6%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아시아이코노미스트는 “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높은 감염 리스크 때문에 개인 지출은 수개월간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도 중국 당국의 여론전은 여전하다. 중국 최고 보건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9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감염자 99%가 무증상이나 경증이라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1~2월께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달한 후 이전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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