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민주노총 떼법·野 반기업에 경쟁력 잃어…"글로벌 흐름 역주행"

[이념의 수렁에 빠진 기업] <하> 왜곡된 기업관 시각교정 절실

제조업 가동률 72% 최악인데 화물연대 파업 탓 3조 손실

巨野는 민주노총 측면 지원에 '노란봉투법'까지 옥죄기만

'8시간 추가근로'도 방관…美 양당 철도 파업 저지와 대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합 위기로 제조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노동계의 불법 집단행동이 잇따르면서 산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한파로 인한 자금경색, 투자·고용 축소로 기업들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단체행동은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전 문재인 정부 때와 현 정부 때 나타난 민주노총의 태도 변화를 빗대 이들이 국익을 볼모로 사실상 정치 투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이른바 ‘떼법’ 문화를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16일 간 진행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관련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총 3조 원이 넘는다. 정부도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분야 손실액만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세부적으로 철강 업계는 1조 3000억 원이 넘는 출하 차질을 겪었고 석유화학 업계도 이른바 ‘기름 대란’ 등으로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도 이번 파업으로 인한 누적 1195억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레미콘 공급 차질로 785곳의 공사를 중단했던 건설 업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완성차를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나르는 ‘로드 탁송’ 등으로 불필요한 진을 뺐다.







기업들은 총파업 이전에도 경기 둔화로 생산 능력을 이미 대폭 줄인 상태였기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은 9월보다 1.5% 줄어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생산이 4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20년 1~5월 이후 처음이었다. 제조업 가동률은 72.4%로 9월(75.1%)보다 크게 낮아진 것은 물론 2020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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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 데도 거대 야당은 한술 더떠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을 측면 지원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국가적 손실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끌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듯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재계는 이번 사태가 끝이 아닌 일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실책을 하거나 흔들릴 때마다 기업을 인질로 삼는 견제 행위가 얼마든지 거듭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계는 나아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산업계를 옥죄는 법안들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파업을 부추기는 법안으로 지목된다.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에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사측의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금지·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1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제가 이달 31일 종료함에도 정치권이 이를 수수방관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법은 환경노동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탓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이 법을 노란봉투법과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제도가 그대로 사라질 경우 영세 기업들이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연장근무를 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경기가 하락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생산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1.5배 수당을 받는 연장근로를 포기하게 돼 사실상 임금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30인 미만 영세사업자의 경우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되면 당장의 경영난을 극복할 동력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적 경제 위기에 뜻을 모으는 다른 나라와는 배치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은 연말 물류 공급망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하원 양당 의원들이 합심해 철도 파업 저지법을 통과시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의회 개입으로 철도 파업이 저지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후진적 노사관계제도의 개선은 노동개혁의 핵심”이라며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혁 과제와 함께 추진돼야만 실질적 노동개혁이 완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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