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집에 와서 놀아보라고 멍석을 깔아주면 잘 못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공연할 때 가장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너무나 보고 싶었고 그리웠어요. 공연장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평소 국내보다 해외 공연이 훨씬 많은 자타공인 ‘월드 클래스’다. 그는 올 초 발매한 정규 11집 ‘웨이킹 월드(Waking World)’의 발매를 맞아 2년여만에 월드투어를 재개했고, 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55회 공연 모두 매진시켰다. 그리고 오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4개 도시 공연과 함께 이를 마무리한다. 나윤선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12월에 공연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세계를 돌며 들려줬던 새 앨범의 수록곡과 기존 곡들을 국내 팬들에게도 선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재개한 월드투어, 그 사이 공연장에서 경험한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관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띄워 앉다가 어느 순간 자리를 꽉 채우더니, 나중에는 마스크조차 쓰지 않는 변화를 고스란히 봤다”며 “'기다렸다, 그리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스크가 가렸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언젠가 좋은 날은 오겠지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연을 재개하며 스타일을 기존의 검은 뿔테 안경과 검은색 긴 머리에서 탈색한 숏컷에 빨간색 뿔테 안경으로 180도 바꿨다. 한 치 앞도 모를 세상에서 기왕이면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자는 생각이 들었고, ‘바꾸려면 확 바꾸자’고 크게 변화를 줬다. 나윤선은 “음악을 들려주는 일을 하다 보니 주로 외부의 시선에 초점을 두고 살았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등 나의 생각에 집중하게 됐다”며 변화의 계기를 들려줬다.
4월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재즈의 날’ 기념으로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 공연에도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출연자들이 ‘이매진’을 부를 때, 나윤선은 자신이 맡은 부분을 한국어로 불렀다. 그는 “유엔에서 공연할 줄은 몰랐는데, 좋은 경험이었다”며 “국립합창단 지휘자 출신인 아버지께 번안을 부탁드려서, 써주신 대로 불렀는데 말맛이 살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젊은 세대가 재즈에 관심이 늘었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상당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인터넷 유행어인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도 몰랐다는 그는 “세상에나, 젊은 사람들도 재즈를 듣는군요”라면서 “제 공연에도 젊은 분들이 많이 오시는지 봐야겠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