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韓 인권운동 50년…국제 위상도 높아졌죠"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앰네스티, 인권운동 중심서 활동

양심적 병역거부 등 범위 넓혀와

성소수자 문제 등에 의견 더 낼것

NGO 등 국제단체, 韓 진출 노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에서 최초로 인권 운동을 시작한 단체입니다. 1972년 3월 민주화 인사 20명 정도가 처음 창립 회의를 열었지요. 인권 보호가 민주화 탄압기를 거쳐 양심적 병역거부 등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항상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3일 윤지현(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올해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이자 한국 인권 운동의 전환점이 될 시점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비정부기구(NGO) 등이 앞다퉈 진출하고 싶어하는 나라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고(故)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 고 지학순 주교, 함승헌 감사원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들이 활동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세계 회원들이 적극 구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윤 사무처장은 “김 전 대통령은 국제앰네스티 런던국제사무국을 직접 방문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으며 재직 당시에는 자신을 앰네스티 가족의 한 사람으로 소개할 만큼 각별함을 드러냈다”며 “창립 30주년에는 축사를 써주셨다”고 전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회 사무처장. 이호재 기자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회 사무처장. 이호재 기자





반세기를 지나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한국의 인권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순간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1990년대는 역설적이게도 인권 운동이 탄압받으면서도 시작되고 발전하는 시기였지만 1985년에는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인권 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진 해산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 1993년 국제사무국에서 정식으로 인준을 받아 다시 인권 운동을 이어갔다. 그는 “과도한 경찰력 사용 문제 역시 국제앰네스티의 주요 운동 중 하나로 떠올랐고 양심적 병역거부, 이주 노동자 문제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가 허용된 것 등은 주요 성과이자 상당히 놀라운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낙태죄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여전히 입법 공백이 있기는 하지만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태”라며 “저희는 오랫동안 낙태죄를 범죄로 다루지 말아 달라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문제에도 국제앰네스티는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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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운동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젠더 문제, 기후위기 등 환경 운동으로 인권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는 “10년 단위의 전략을 세우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데 2030년까지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비차별 등을 젠더 기반의 렌즈로 본다는 내용이 있다”며 “젠더 기반 폭력이라든지 기후위기, 국제 위기 대응 등에 중점을 준 캠페인으로 2025년까지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최근 폐막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 많은 국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COP27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올해 11월 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가운데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방도상국들에 대한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가 처음으로 화두가 됐다. 총회에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논의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를 유지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는 이와 관련, “기후위기와 인권이 어떻게 연결이 되냐고 의아해하지만 선진국이 발전하면서 만들어낸 기후위기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그중에서도 취약 계층이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0년의 인권 운동사를 거치면서 한국은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인권 운동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 민주화되고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국제적인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을 갖고 한국 단체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국제단체의 레드오션이 됐을 만큼 세계의 단체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싶은 곳이 됐다”며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의 인권 역시 새로운 사회에 맞게 더욱 발전하고 세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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