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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파평 윤씨와 리튬

올 들어 1160%가량 폭등한 하이드로리튬. 사진=네이버 증권 캡처올 들어 1160%가량 폭등한 하이드로리튬. 사진=네이버 증권 캡처




‘파평 윤씨, 무상증자, 네옴시티, 도시가스, 리튬.’



얼핏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올해 증시를 뒤흔든 ‘테마주’의 키워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업황 혹한기가 닥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민주는 무너졌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네이버와 카카오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반 토막이 났다. 그 사이 증권 계좌가 파랗게 질린 투자가들을 유혹한 것이 바로 테마주였다.

테마의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올해 초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시장을 휩쓸었다. 웅진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거래가 몰렸고 코이즈의 경우 조재형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중앙대 동문이라는 소식에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다.



여름에는 무상증자 테마가 대유행했다. 1 대 8의 파격적인 무상증자로 노터스가 6연상(6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는가 하면 공구우먼은 한때 900% 넘는 등락률을 보이기도 했다. 가을에는 네옴시티 수혜주가 시장을 뒤흔들었고 도시가스주로 묶이는 삼천리는 연초 대비 300% 이상 뛰어올랐다. 베트남개발1은 ‘베트남코인’으로 불리며 51원에서 400원 선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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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테마주들의 끝은 대부분 비슷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급락하는 패턴이었다. 실제로 ‘윤석열 테마주’로 묶이던 NE능률은 연초 대비 63% 급락했다.

주가조작의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무상증자 테마를 이용해 신진에스엠·양지사 주식을 대거 매수한 ‘83년생 슈퍼왕개미’ 김 씨는 올해 11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급등시킨 후 단기간에 46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았다.

올 들어 1160% 가까이 급등한 하이드로리튬도 아직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리튬 수혜주다. 코리아에스이에서 상호를 변경한 후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사업이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 “리튬플러스의 금산 공장이 수산화리튬 양산에 성공하면 하이드로리튬은 수산화리튬 제2공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을 뿐이다.

테마주는 시장을 병들게 한다. 기업들의 실적이나 연구 성과 등은 가려지고 오로지 급등락세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결코 투기판이 돼서는 안 된다. 건전한 투자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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