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해 60만명 목숨 앗아가는 말라리아, 예방백신은 1개뿐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면역체계 파괴 등에 성과 어려워

WHO, 작년 '모스퀴릭스' 첫 승인

감염 예방률 39%…중증은 29%

GSK가 개발한 말라리아 예방백신 '모스퀴릭스'. 사진 제공=GSKGSK가 개발한 말라리아 예방백신 '모스퀴릭스'. 사진 제공=GSK




코로나19 후폭풍이 거셉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 건수는 2억4700만 건으로 전년대비 0.8% 증가했습니다. 2019년 2억3200만 건까지 줄었다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줄어든 틈을 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환자 수가 급증한 탓이라고 하는데요, 전 세계 말라리아 사망자 수는 2019년 56만 8000명에서 1년새 10.0% 많아진 62만 5000명까지 치솟았습니다. WHO가 부랴부랴 살충제 처리된 모기장과 신속진단 검사키트 등을 집중 배포한 결과 지난해 사망자 수는 61만 90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말라리아 집중 발생 지역인 아프리카에서는 살충제 처리 모기장에 대한 내성이 커지고 변이 말라리아까지 발생해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머나먼 남의 나라 사정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북한의 말라리아 건수는 2357건으로 연간 증가율이 22.8%에 달했는데요, 북한에서 창궐한 말라리아는 휴전선을 넘어 북한 접경 지역 주민과 군인들에게 감염을 일으키죠. 실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유니세프와 말라리아 예방백신 '모스퀴릭스(Mosquirix)' 관련 1억 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공급에 나섰다는 겁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죠, 전 세계적으로 한해 6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 예방백신이 왜 이제서야 공급되는 걸까요? 더 의외인 건 '모스퀴릭스'가 2021년 10월 WHO 최초 승인을 받은 전 세계 유일의 말라리아 예방백신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유엔(UN)과 같은 국제보건기구들이 살충제 처리 모기장을 보급하는 데 힘써 온 것도 백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100년 동안 백신 개발 연구가 이어졌지만 말라리아의 주범이 기생충이라 쉽게 퇴치하기 어려운 데다 동일 환자가 여러 번 감염될 정도로 인체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특성까지 있어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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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아프리카 가나, 케냐, 말라위 지역 아동보건소에서 80만 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모스퀴릭스를 시범 접종한 결과, 말라리아 예방률은 39%, 중증 예방률은 29%로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예방률이 높아 보이진 않는데 말라리아 치료제를 함께 복용하면 입원율과 사망률을 70%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승인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사인 GSK 뿐 아니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펀드, 국제의약품구매기구,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이 개발 자금을 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보면 아프리카 등 후진국병이라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 비판도 나오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말라리아 연구개발(R&D) 투자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긴 합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주도로 개발 중인 'R21/Matrix-M'이 가장 유력한 차기 말라리아 백신 후보로 거론되는데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노바백스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초기 임상실험에서 77%의 예방률을 보여 기대를 받고 있죠. 화이자와 함께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텍도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 중입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기술력을 보여줬던 기업들이 말라리아 예방백신 개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길 기다려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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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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