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역성장을 기록한 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뒷걸음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도 침체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 4분기에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경기 한파가 혹독할 것이라는 진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서울경제가 자체 추산한 결과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0.3%까지 떨어지더라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2.6%를 기록한다. 실제 지난달 한국은행이 올 성장률로 2.6%를 제시하자 한은 안팎에서는 “사실상 4분기 역성장을 예고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은이 내년 1월 26일 발표하는 4분기 GDP가 마이너스로 확인될 경우 우리 경제는 2020년 2분기(-3.0%) 이후 1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셈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수록 한국도 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 행보가 경기에 부담을 줘 경기 침체 이슈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물지표를 통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한국의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 모멘텀이 꺾이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동반 부진으로 수출마저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중 반도체 부문의 GDP 성장 기여도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최신 자료를 반영할 때마다 내년 경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이달 14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2.3%에서 1.5%로 내렸고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9개사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월 말 기준 1.1%로 10월 말(1.4%)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1.7%로 전망할 때까지만 해도 이는 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앙값 수준이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내년 상품 수출이 상반기 3.7% 감소했다가 하반기 4.9%로 증가하면서 연간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통화위원도 내년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정도에 비해 강한 긴축 효과가 발생하면서 성장 경로에 하방 리스크가 조금 더 커보인다”고 경고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고 미국 경제도 침체 우려가 시장지표에 반영된 만큼 대외 부문이 우리 성장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7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1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 및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이 부진하다’며 경고 수위를 더 높였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하면서 10월(-5.7%)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