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측이 '정치적 메시지' 표출을 극히 꺼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판하고 나섰다.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송출해달라는 요청을 FIFA가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최근 FIFA 측에 18일(현지시간)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 연설을 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그래미 시상식, 칸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화상 연설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해 왔다.
CNN이 입수한 이번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것으로, '월드컵'이라고 부르지만 세계대전은 아니다"라며 "이번 월드컵은 서로 다른 국가들이 불장난이 아닌 페어플레이로, 붉은 전쟁이 아닌 녹색 잔디 위에서 누가 강한지를 겨룰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CNN에 서면 성명을 보내 "이 동영상은 평화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최국인) 카타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했지만 FIFA는 이 계획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상 송출을 거절한 FIFA의 결정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축구의 귀중한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FIFA가 해당 영상 메시지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FIFA는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 축구 축제에서 '평화'라는 말이 울려퍼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FIFA와 카타르는 CNN의 보도에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축구의 정치화'를 멀리하는 FIFA는 이번 대회 초반에도 유럽 국가 소속 대표팀이 카타르의 성소수자 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중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려 하자 각 팀 주장에게 옐로카드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며 압박했다. 이에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한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 등 7개 축구협회는 성명을 내 "FIFA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