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무구조가 악화돼 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금융 지원으로 숨겨졌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더 많은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 징후 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185개사(대기업 2곳, 중소기업 183곳)로 집계됐다. 지난해(160개사) 대비 25개사(15.6%)나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210개사, 2018년 190개사보다는 적었다.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부실 징후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실시한다. A~D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이 중 C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높음)과 D등급(경영 정상화 가능성 낮음)을 받은 기업은 외부 자금 지원 없이는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부실 징후 기업으로 분류된다.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 대상이다. 올해는 대기업 733곳, 중소기업 2855곳 등 총 3588개사가 평가 대상이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실화가 더 심했다. 부실 징후 기업 185곳 중 금융권 신용공여 500억 원 이상을 받은 대기업이 전년보다 1곳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26곳이나 늘었다.
1년 새 부실 징후 기업 수가 급증한 것은 한계기업 증가와 복합 위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업이 20곳(10.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속가공 16곳(8.6%), 부동산 15곳(8.1%), 도매·상품중개 13곳(7.0%) 순이었다. 등급별로는 C등급이 84곳, D등급이 101곳이었다.
금감원은 부실 징후 기업이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가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크지 않아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실 징후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데 이 규모를 1367억 원 정도로 추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징후 기업 중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곳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채권단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기업에 대해서는 신속 금융 지원과 프리워크아웃 등 채권은행 자체 경영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금리 인하를 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