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로터리]약무반도체 시무국가(若無半導體 是無國家)」

/양향자 의원/양향자 의원




정치 입문 7년, 늘 답답했다. ‘반도체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한쪽 날개만으로는 추락하고 만다.’ 만방에 경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대기업이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무지와 외면,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반도체를 외쳤다. “한 명이 제대로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이 두려움에 떤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마음으로 되뇌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반도체 패권 세계 전쟁이 전개되자 각성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첫 번째 해외 일정으로 한국의 반도체 캠퍼스를 선택하고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여당의 특위 위원장을 야당 인사가 맡는 반도체의 시대다.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은 한 달간 밤낮없이 치열한 토론을 이어갔다. 그 결과 규제 개혁, 투자 촉진, 인재 양성이라는 3대 과제를 중심으로 하는 K칩스법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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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용인 클러스터 지연 사태 방지를 법제화했다. 미국 오스틴 1년 11개월, 중국 우시 1년 8개월, 한국 용인 7년 이상.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소요 기간이다.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한 환경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특화 단지를 조성 단계부터 국가가 지원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범위를 공기업·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조항을 담았다. 인허가 처리 기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둘째,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했다. 반도체는 생산량이 많으면 고정비가 하락하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다. 규모 경쟁에서는 세액공제가 결정적이다. 대만은 내년부터 세액공제율을 25%로 상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5%를 적용했고 중국은 고급 공정 반도체 기업의 세금을 전액 면제한다.

셋째, 반도체 인재 양성의 제도적 기반을 설계했다. 반도체는 1000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와 같다. 1000개의 기술 기둥 각각에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리 반도체 업체의 45%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그래서 수도권의 첨단전략산업 관련 학과 정원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인재 양성 지원 사업을 일반·직업계 고등학교로 확대했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조세특례제한법 두 건의 패키지 법안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법안 발의 134일 만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은 상임위 단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됐다. 해묵은 대기업 특혜론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의 투자 세액공제를 가장 크게 원하는 것은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들이다.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썼다. 호남 없이는 국가도 없다. 는 뜻이다. 오늘 대한민국도 전시상태다. 재작년은 한일 반도체 전쟁, 지금은 반도체 패권 세계대전이다. 과거 조선을 지키는 호국신기(護國神器)가 거북선이었다면, 지금은 반도체다. 약무반도체 시무국가(若無半導體 是無國家)다. 반도체 기술패권 없이는 대한민국도 없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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