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발맞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포함해 18억 50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두 정상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깜짝 만남’을 통해 전 세계에 단일대오를 과시했으나 첨단 무기 지원과 평화협정 등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미국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크라이나인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미 국방부는 패트리엇 1개 포대와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추가 대(對)레이더미사일 등이 포함된 군사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패트리엇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 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거듭 감사를 표하면서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평화협상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면서 영토를 양보하는 방식의 평화협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크라이나의 '평화공식(peace formula)'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첨단 무기 지원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기존의 입장 차를 유지했다.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공격용 무기 지원을 제한해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도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미국 의회의 새 회기 시작을 앞두고 이뤄졌다. 러시아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까지 열차로 이동한 후 미군 수송기를 타고 미 전투기의 호위 속에서 워싱턴 DC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중의 그의 대담한 해외 방문은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줌과 동시에 러시아의 위협을 환기시키며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의회, 특히 차기 하원 다수당이 될 공화당에서는 ‘백지수표식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의회 연설에서 "여러분의 돈은 자선이 아니고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우리의 승리를 가속할 수 있다"면서 449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미국의 2023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전 대통령의 연설 문구인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구절을 낭독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야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두 일어서 환호하며 손뼉을 쳤고 박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의사진행발언을 할 때까지 2분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