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쟁發 전기료 급등에…“전기차 티핑포인트, 3년 밀린다”

테슬라 모델3 충전에 18.46유로

혼다 시빅 獨 주유비 18.31유로

전기차 연료비>휘발유차 속출

WSJ "강력한 인센티브 사라져"

EY, 대중화 시점 2026년 전망

배터리팩값 상승·보조금 삭감도

전기차 대량 보급 지연 요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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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내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전기자동차 연료비가 휘발유차를 추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인 저렴했던 연료비가 오르면서 전기차 보급의 ‘티핑포인트(제품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시점)’가 당초 예상보다 2~3년 밀린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튬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12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전기차의 대중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는 유럽 내 테슬라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에서 100마일을 달릴 연료를 충전하는 데 18.46유로가 든다. 반면 동급의 휘발유 차량 혼다 시빅 4도어는 독일 내에서 18.31유로로 모델3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니쿠퍼 전기차 모델도 유럽 내 고속도로에 비치된 고속 충전기 기준으로 100마일을 주행하는 데 26.35유로의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휘발유 모델은 20.35유로가 들었다. WSJ는 휘발유 차량인 스바루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동급의 테슬라 모델X를 비교해도 스바루의 연료비가 더 저렴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전기요금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은 올 상반기 ㎾h(킬로와트시)당 0.33유로에서 최근 0.43유로까지 올랐다. 독일 쾰른 지역의 전기 공급 업체는 내년 1월 전기요금을 0.55유로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독일 정부의 경제 전문가 패널은 전기요금이 중기적으로 하락하겠지만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내년 전기요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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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 법인 언스트앤드영(EY)의 마리아 뱅슨 파트너는 “유럽 에너지 위기 이전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티핑포인트를 2023~2024년으로 봤지만 전기요금이 0.55달러(0.52유로)까지 오른다면 그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이라며 “만약 전기료가 더 인상되면 그 시점도 추가로 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강력한 인센티브가 사라졌다”며 “일부 국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줬던 보조금도 삭감하고 있어 전기차 판매가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 제조사가 생산 라인을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든 비용을 회수하는 데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유럽 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상품 가격이 올 들어 급등하면서 배터리 가격이 상승한 것도 전기차 대중화에 걸림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h당 151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7% 올라 블룸버그NEF가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배터리팩 가격은 주요 원자재인 리튬 가격이 지난해 초에 비해 10배, 니켈이 75% 상승하고 코발트 가격이 2020년 평균보다 2배 가량 오르면서 12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NEF는 내년에도 배터리팩 가격이 152달러로 추가 인상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업계는 배터리팩 가격이 ㎾h당 100달러까지 떨어져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당초 예상보다 2년 늦은 2026년에야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 소비자가격이 하락하는 시점도 그만큼 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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