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는 김 모 씨는 내년에 54세로 근속연수는 26년이 된다. 그러나 나이는 동료들 가운데 중간 정도다.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57세, 근속연수는 28.7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10여 년간 회사가 생산직 직원을 새로 채용하지 않아 근로자 평균연령만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이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43.0세로 2011년(39.2세) 대비 3.8세 올랐다. 같은 기간 평균연령 증가 폭이 일본(1.5세), 미국(0.1세)보다 월등히 크다.
생산 현장의 고령화는 인건비를 높여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의 경우 연령과 근속연수가 높을수록 임금을 더 주는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중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은 전체의 55.5%를 차지한다.
실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7달러로 조사됐다. 근로자 한 명이 한 시간 동안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약 5만 3540원이라는 의미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29위에 그친다.
2025년 65세 이상인 고령인구 비중은 20.6%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속에서도 노동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고령층을 고용하고 이들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급증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 규제를 풀고 각종 기업 규제를 해소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와 이중구조 해소 등을 통해 고령층 고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실제로 노동시장 구조와 임금체계가 유연한 국가일수록 고령층의 고용 시장 진입이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 따르면 정규직 고용보호지수가 낮은 수준인 미국(0.69, 2019년 기준)과 영국(1.33)의 고령층(55~64세) 실업자(1년 이상) 비중은 각각 12.7%, 24.1%에 그쳤다. 반면 정규직 보호지수가 높은 프랑스와(1.83)와 스페인(1.83)은 그 비중이 38.8%와 37.8%로 조사됐다. 한은은 “노동시장이 유연한 국가에서는 기업의 고령층에 대한 고용 부담이 낮아 고령층 근로자가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방향의 개혁이 없을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KDI는 보고서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에서 “노동 규제 완화, 인적 역량 강화 등 경제 구조 개혁을 위한 노력 없이는 2050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