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으로 불리는 팔라듐(백금 계열 희소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팔라듐은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와 메모리반도체에 들어가는 필수 원료인데 내년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수요 위축 우려가 번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팔라듐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9월 26일~12월 26일) 팔라듐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KBSTAR 팔라듐선물(H) ETF는 21.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팔라듐 현물에 투자하는 ETF인 ‘애버딘 피지컬 팔라듐(PALL)’ 역시 주가가 15.81% 떨어졌다. 팔라듐은 구리·니켈·백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은백색 금속이다. 가솔린 차량의 매연을 정화하는 촉매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반도체와 센서 제작에도 사용된다.
팔라듐 ETF의 부진은 최근 팔라듐 선물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3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당 1732달러로, 3개월 전 대비 15.47% 하락했다. 올해 종가 기준 최고가를 찍은 3월 4일(2981.90달러)과 비교하면 41.91% 급락한 수치다. 팔라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급등세를 나타냈으나 내년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이면서 고꾸라졌다.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완성차 판매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올해 반도체 공급난으로 대기 물량이 쌓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가솔린 차량에 들어가는 팔라듐 수요도 영향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신규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팔라듐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크다”며 “내년에도 경기 둔화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팔라듐 가격이 계속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근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하락세에 한몫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팔라듐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의 대형 은행들은 내년에도 팔라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JP모건은 “팔라듐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내년 4분기 팔라듐 가격이 온스당 155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20일 씨티그룹 역시 내년 팔라듐 가격이 온스당 2100달러 선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팔라듐 가격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에 몰리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팔라듐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는 16.2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