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길이 끝나면





- 박노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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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모든 생명을 태우고 태양의 둘레를 달리는 이 행성은 우리를 한 해의 끝에 데려다 놓았다. 올해가 끝난다 해도 공전궤도를 따라 돌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 해 동안 저마다 성취와 좌절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혹시라도 길이 끝났다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무너지면 더 큰 내가 일어서고,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란다. 굽은 무릎보다 두 귀를 솔깃하게 일으켜 세워준다. 한 해를 결산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초속 29.8㎞로 달리는 지구 택시는 올해도 무료라는 점이다. 모든 할증을 제하고 가장 단순하게 계산해도 올 한 해 1인당 1억 원 이상의 택시비가 굳었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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