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대출 부실화 대비하고 있나

김지영 금융부 기자


최근 취재하면서 만났던 은행원들의 상당수는 새해 연체율을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매출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빚을 낸 고신용자까지 1~2년 새 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이제까지는 각종 정책을 동원해 대출 부실로 이어지지 않게 눌러놓았지만 새해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을 타고 부실 폭탄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각 영업점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은행원에게 ‘건전성 관리’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새해를 앞두고 금융 당국, 금융회사에서도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2023년 경기 전망을 다루는 각종 세미나·토론회에 참석한 금융 당국자 및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내년 대출 부실이 드러날 시점이라는 전망에 공감했다. 대출 부실을 연착륙할 대책으로 상당수가 채무조정제도를 꼽았다. 채무 조정을 통해 일부 빚을 갚아나가고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게 채무자·금융회사·국가 모두에 ‘윈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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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문제 인식에 비해 대책을 준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새출발기금은 출시한 지 두 달이 지났으나 채무 조정액은 목표액의 5.8%에 그쳤다.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금융회사에 채무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적 채무 조정을 활성화하는 제도는 2020년부터 2년째 ‘논의 중’이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채무조정제도는 조정 후 일 년 이내 연체가 발생하는 등 실패율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금융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 또한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모으고 타행과 공유함으로써 빚을 갚을 수 있는 사람, 못 갚을 사람을 가려내기보다 소극적·관행적으로 채무 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 금융회사 모두 다가올 문제 앞에 팔짱만 끼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때다. 새해를 앞둔 설렘과 희망만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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