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1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글로벌 PEF 칼라일 그룹을 제치고 3차원(3D)구강 스캐너 제조사 메디트를 품는다. 매각 초반 최대 3조원까지 호가했던 메디트는 글로벌 투자 심리 약화로 2조 4600억 원에 팔렸다. 다만 창업자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은 추가 성장을 기대하고 매각 대금을 재투자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는 메디트 최대주주인 PEF 유니슨캐피탈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인수 대상은 유니슨캐피탈 보유지분과 장민호 교수 및 특수관계인 지분 99.5%다. 전체 지분의 40% 가까이를 갖고 있던 장 교수와 메디트의 기존 경영진은 지분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 30%를 보유하고 MBK는 70%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거래대금 중 1조원은 MBK가 조성한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대규모 펀드) 5호에서 조성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할 예정이다. MBK로서는 올해 들어 첫 국내기업 경영권 인수다. 잔금 납입 등 거래 종결 시점은 2023년 1분기 말로 예상된다.
메디트는 올해 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알짜 중소기업이었다. 매각 입찰에는 칼라일-GS컨소시엄을 비롯해 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SK그룹 등이 참전했다. 그 중에서도 칼라일 컨소시엄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으나 2조 1000억 원 안팎을 주장했던 칼라일과 유니슨 측은 본계약 체결에 이르지 못했다. MBK는 이 틈을 파고 들어 지난달 29일 새로운 우협 대상자가 됐다.
메디트는 글로벌 구강 스캐너 시장 점유율이 24%이며, 메디트를 포함해 5개 기업이 시장의 8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MBK는 전체 글로벌 구강스캐너 시장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 평균 28%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메디트와 또다른 글로벌 경쟁자인 쓰리쉐이프(3Shape)간 2강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디트는 미국과 독일 중국에 판매를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고, 100여개 국에 230곳의 판매처를 마련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독일에서 벌어졌던 경쟁사와 지적 재산권 소송도 메디트의 승소로 종결 했고, 이후 특허권을 가진 유럽 기업을 인수하면서 위험을 해소했다. 그 밖에 메디트는 환자와 치과, 치과기공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사 누구나 쉽게 기기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메디트의 지난해 매출은 1905억 원 상각전 영업이익은 1059억 원이며, 올해는 40% 이상 늘어난 2700억 원과 1500억 원 대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으로 유니슨과 이들을 통해 투자한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은 투자금의 4배 가까이 회수하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됐다. 유니슨은 2019년 메디트지분 50%+1주를 32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 자본재조정을 통해 투자 원금을 이미 거둬들였다. 기존 금융권 대출 700억원을 4500억원으로 늘려 차액인 3800억원만큼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대출금은 기업을 매각할 때 갚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