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연말에 더 바쁜 신 부장(52). 업무 실적과 인사 평가에 대한 압박, 저녁마다 이어지는 회식으로 녹초가 된 채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피로가 몰려와도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보자는 생각으로 버티던 신 부장. 출근 준비를 위해 거울을 본 순간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만다. 눈과 입이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고 주변 근육이 마비돼 표정을 짓는 것조차 어려웠다. 급히 병원을 찾은 신 부장은 ‘안면신경 마비’ 진단을 받게 된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대로 새해를 맞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신 부장은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며 과로와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기로 한다.
직장인들은 한 헤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연말연시에도 육체·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1288명을 대상으로 ‘연말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4%가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중 95.9%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겪고 있었는데, ‘극심한 체력저하 및 피로감’(56.1%)이 가장 많이 겪는 증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과로와 스트레스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은 면역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각종 바이러스와 염증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안면신경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면신경 마비는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고 이상감각이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안면신경 마비는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이마와 눈 주변의 경직 상태, 안면부 증상의 유무에 따라 진단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진단법은 이마의 주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뇌졸중과 뇌종양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 마비는 이마에 주름을 만들거나 눈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신 부장처럼 면역력 저하 등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다. 흔히 ‘구안와사’로도 불리는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는 눈과 이마 주변으로 신경이 전달되지 않아 이마 주름을 잡거나 눈을 감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귀 뒤 통증과 안구 건조, 미각 소실 등 안면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안면신경 마비를 치료할 때 마비된 안면신경을 회복시키고 틀어진 근육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신체 면역력을 높여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면신경 마비 환자 중 한방 진료를 받은 환자는 9만 5323명으로 의과 진료를 받은 환자보다 많았다.
한방병원에서는 안면신경 마비 환자에게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안면부 추나요법은 자생한방병원이 안면신경 마비의 전문적 치료를 위해 독자 개발한 치료법이다. 한의사가 안면 근육을 부드럽게 밀고 당기며 바르게 교정하는 방식으로, 비뚤어진 안면신경과 근육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침 치료는 틀어진 안면 근육과 신경을 자극해 기능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면역력 향상과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환자의 증상에 따른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안면신경마비에 처방되는 한약인 와사해표탕은 연구논문을 통해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염증 연구 저널(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와사해표탕’의 주요 한약재인 ‘택란’의 추출물이 신경재생 인자를 활성화 시켜 신경 손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평소 얼굴을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따뜻한 물로 세안해 안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지압법도 안면 근육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눈과 이마 근육에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눈썹 바깥쪽 끝의 오목한 곳에 있는 ‘사죽공혈’, 입 주변 근육 경직이 있다면 입술 양쪽 끝에 위치한 ‘지장혈’을 지그시 눌러 안면 근육의 긴장을 풀도록 하자.
치열하게 보낸 ‘임인년(壬寅年)’이 지나고 새롭게 일을 시작할 ‘계묘년(癸卯年)’이 코앞이다. 새해를 맞아 건강 관리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이를 끈기 있게 실천하는 일터 일침 독자분들이 되시길 바란다. / 문자영 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