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통신 서비스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를 통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오랜 의문 하나가 해소됐다. 그동안 지하철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자주 보는데 유독 특정 구간에서는 제대로 재생이 되지 않았다. 품질 이슈로 말이 많았던 5G도 아니고 오래전 전국망이 갖춰진 LTE임에도 최근들어 끊김 현상이 이어지자 스마트폰을 탓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통신 서비스 품질평가에 이번부터 새로 추가된 ‘품질 미흡 지역·구간’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품질 미흡 구간은 이용자가 OTT 등 서비스 이용시 상당한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되는 통신사별 전송성공률 90% 이하인 지역을 뜻한다. 일정 속도(LTE는 6Mbps) 미만 측정 건수가 전체 측정 건수의 10% 이상인 경우 이용자가 상당한 불편을 느낄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공개된 미흡 지역을 보니 수도권 지하철 40개 구간에서 LTE 다운로드 전송성공률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소 자주 이용했던 지하철 구간의 품질 미흡 발생 비율은 90%가 넘었다. 90% 이상이면 이 구간에서는 OTT 등 서비스 이용은 포기하는게 더 낫다는 뜻이다. LTE 전체 품질을 봐도 통신사 한 곳만 지난해 대비 0.72Mbps 정도 미세하게 빨라졌을 뿐 두 곳은 오히려 속도가 줄었다.
이러한 LTE 속도의 퇴보는 결국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 및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역시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LTE의 지속적인 품질 관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들이 LTE 품질에 소홀한 것은 결국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5G 요금이 LTE에 비해 비싸 5G 서비스가 LTE에 비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다. 통신사들 입장에서 5G 가입자가 늘어날 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다보니 돈 안되는 LTE 이용자의 불편이 눈에 들어올 일이 없는 것이다. 통신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수익이 최우선이 돼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당한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돈 값에 걸맞지 않는 불편함을 겪어서도 안된다.
앞서 통신사들은 실익, 즉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5G 28GHz 주파수를 손절하기도 했다. 수 천억원의 비용을 손해를 봤지만 아쉬워하기는 커녕 앞으로 그 이상 돈이 더 들어가야 할 28GHz 관련 사업에 발을 뺐다는 데 더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물론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는 통신사 뿐 아니라 수요 예측이나 기술 발전 속도 등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이런 사태까지 오도록 방관한 정부 측 책임도 크다. 하지만 28GHz 주파수를 할당 받은 뒤 ‘꿈의 전송 속도’라는 달콤한 문구를 앞세우며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았던 5G망에 이용자들을 몰아넣은 건 분명 통신사들이다. 양의 머리(28GHz)를 걸어 놓고 개고기(3.5GHz 대역)를 판 셈이다. “그게 돈이 됩니까” “내한텐 돈이 정도(正道)다”고 열변을 토했던 한 드라마 속 재벌 회장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는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