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3나노(nm) 공정 양산에 공식 돌입했습니다. 내년 출시할 애플 아이폰15에 탑재될 A17 바이오닉 칩셋이 이 공정에서 생산될 전망입니다. 애플 A 시리즈 칩셋은 압도적인 성능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을 궁지에 몰고 있죠. 전력 소모가 최대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3나노 A17는 어떤 성능을 보일지 기대 됩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9일 대만 남부 타이난 내 18팹(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칩셋의 전력 효율이 기존 공정보다 30~35%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3나노 고객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TSMC 매출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 애플이 빠지지는 않겠지요.
업계는 내년 선보일 애플 A17·M2 프로 칩셋이 TSMC 3나노 공정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간 애플 A시리즈 칩셋은 매번 전 세대보다 10~25% 성능 개선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세대에서는 30% 이상 전력 소모량이 줄어들 전망인 만큼 성능 향상 폭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게는 악재입니다.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Gen2)는 기존 삼성전자에서 TSMC로 생산처를 옮기며 큰 폭의 성능 개선을 이뤘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아이폰14에 쓰인 A16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만 A16의 전력 대 성능비를 따라잡았다고 합니다. 중앙처리장치(CPU)에서는 갈 길이 멀죠.
스냅드래곤8 2세대는 내년 초 출시할 삼성전자 갤럭시S23의 희망입니다. 갤럭시Z 폴드5·플립5도 스냅드래곤8 2세대 기반 칩셋을 사용할 전망이죠. 갤럭시 시리즈는 수년간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애플과의 모바일AP 성능 격차가 벌어진 탓입니다. 그나마 올해 출시한 아이폰14가 프로 모델에만 신형 A16을 적용해, 갤럭시가 성능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스냅드래곤8 2세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성능 개선을 이루며 기대감을 키웠죠.
그러나 3나노 A17을 탑재한 아이폰15가 괴물 같은 스펙을 자랑한다면 다시금 격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내년에는 반도체 공급난도 해소돼, 애플이 아이폰14처럼 구형 칩셋을 재활용할 가능성도 적어 보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퀄컴이 뛰어난 칩셋을 내놓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개발 소문이 들려오는 ‘갤럭시 전용 칩셋’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