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개원일인 3일(현지 시간) 100년 만에 하원 의장 재투표를 치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공전했다. 유력 하원 의장 후보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연거푸 과반 지지 확보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매카시에는 악재가 됐다.
미 하원은 전날 의장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이날 재투표를 진행했다. 하원 의장 재투표는 1923년 이후 100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날 3차례에 걸친 재투표에도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4일에 다시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하원은 원 구성을 마무리짓지 못해 출범 첫날부터 ‘개점 휴업’에 들어갔다.
유력한 의장 후보인 매카시는 공화당 내 이탈표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현재 미 하원은 총 434석을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2석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1~2차 재투표에서 19명, 3차에서는 20명의 공화당 소속 강경파들이 각각 매카시가 아닌 다른 공화당 후보에 표를 던지면서 매카시가 3차례 연거푸 과반(217석)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2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에 세 차례 모두 표를 몰아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카시는 하원의 의장 선출 실패 후 하원 공화당 내에서 공개적인 반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탈한 공화당 강경파는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을 간소화 해달라’는 요구를 매카시가 들어주지 않아 그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역시 NBC 방송에서 ‘아직도 매카시를 의장으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지켜보자”고 답해 지지 철회를 시사해 매카시의 당내 입지가 한층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은 국가 서열 3위로, 미 의회는 의장 선출 이후에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본격 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