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국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라다크 일대에 완충구역을 설치하면서 이곳에서 고급 캐시미어 양모를 생산해 온 인도 목축인들의 생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이 지난해 9월 9일, 2년간의 국경 분쟁을 끝내며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 3.2㎞ 정도 너비의 완충구역을 설치하면서, 티베트 고산지대에 사는 창파족은 목초지를 상실했다.
라다크 자치정부 수장인 콩촉 스탄진은 "완충구역이 우리 겨울철 방목지를 포함한 인도 지역에 설치돼 중국은 손해 본 것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창파족은 수 세기 동안 해발고도 5천100m의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염소를 키우며 따뜻하고 가볍기로 유명한 고급 양모를 생산해 왔다.
이 양모는 인근 카슈미르 계곡 아래 장인들의 손을 거쳐 숄이나 의복, 담요 등으로 탈바꿈해 프랑스와 영국 등지로 팔려나갔고, '부드러운 금'으로 불리며 무굴 왕조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사랑을 받았다.
캐시미어 제품 대부분이 중국과 몽골,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되는 지금도 여전히 카슈미르에서 유래한 이름 그대로 불리고 있지만, 그 명성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20년 6월 라다크와 카슈미르 일대에서 중국과 인도 양국 군대가 충돌해 수십 명이 죽기 전까지는 캐시미어 원모 1㎏이 120달러(약 15만 원)였으나 지금은 220달러(약 28만 원)를 호가한다.
이곳 스리나가르에서 3대째 직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쇼우카트 아흐마드 미르(41) 씨는 "파시미나(최상급 캐시미어) 원모 공급이 지장을 받고 있다"며 "국경 긴장이 계속될 경우 염소 목축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목축인들이 목초지를 상실해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되자 인도 정부는 지난해 창파족이 사는 창탕 지역에 50만㎏의 사료를 공급했다.
그러나 목축인들은 자신들에게 파시미나 양모를 안겨주던 염소를 팔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은 목초지가 완충구역에 포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때 중국과 인도 군대가 충돌했던 판공 호수 북쪽에 살며 젊어서부터 70대인 지금까지 목축 일을 해 온 쳬링 앙촉 씨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땅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인도를 지원하는 미국 등지의 군사 전문가들은 인더스강 지류가 흐르고 카슈미르와 티베트 등 전략 요충으로 이어지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군사적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