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아 처음 열린 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글로벌 대기업들의 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기술들이 총출동했다. 사람과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자동차에서부터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사람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농기계까지, 꿈에서 나올 것 같았던 모빌리티 기술들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또 앞유리 전체를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활용하는 차와 상용화를 눈앞에 둔 자율주행 트럭 기술도 많은 CES 사전 참관객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4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 팜스호텔에서 열린 CES 사전 행사에서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혁신적인 디지털 모빌리티 기술이 적용된 콘셉트카인 ‘BMW i 비전 디’를 공개했다. BMW의 디는 개발 과정에서 사람과의 교감에 가장 큰 비중을 둔 미래형 차다.
감성적인 디지털 경험(Digital Emotional Experience)을 의미하는 디는 차의 앞유리 전체를 활용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특징이다. 또 운전자가 음성을 통해 차량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람과 차가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칩세 회장은 “진정한 디지털화는 단순히 차의 성능을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운전자가 차에 탔을 때 경험이 달라야 하고 디지털화된 부분이 사람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농기계 회사 존디어가 선보이는 자율주행 트랙터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자율주행 트랙터와 비교해 한 단계 높은 성능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는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교한 GPS와 6쌍의 카메라,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센서로 무장한 이 트랙터는 논과 밭에서 스스로 24시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에 비료·농약 뿌리기도 가능해졌다. 사실상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농작물의 재배·수확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또 가전제품의 명가인 소니도 예년과 다르게 TV가 아닌 차를 대표 상품으로 들고 나오면서 전 세계 미디어와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소니가 선보인 미래형 차인 ‘아필라’는 진보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것은 물론 차량 전면에 패널을 넣어 차량 상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또 차량 내·외부에는 총 45개의 센서를 장착, 차량과 운전자의 상태 등을 종합 체크해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은 “자사의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을 주도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독일의 차 부품 업체 보쉬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화하는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에 맞춰 전면적인 인력 구조 재편을 예고했다. 그 노력 중 하나로 향후 3년 동안 4만 명의 모빌리티 디지털화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관련 사업에 100억 유로(약 13조 4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CES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 마스오토도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자율주행 트럭 기술을 공개한다. 마스오토는 올해 1월부터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24와 물류 운송 계약을 맺고 유상으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트럭 간선 운송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CES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며 머지않은 시기에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자율주행 트럭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