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개장한 회사채 시장에 연일 조(兆) 단위의 뭉칫돈이 쏟아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커지자 가격이 떨어진 채권을 담으려는 기관들의 매수세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조 2600억 원의 인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KB증권과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500억 원 규모로 모집한 2년물과 5년물에 각각 9450억 원, 7000억 원이 들어왔으며 1000억 원 모집한 3년물에는 1조 6150억 원이 몰렸다. 자금이 쏟아지면서 LG유플러스는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최대 75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증권신고서 기준 △2년물 4.318% △3년물 4.342% △5년물 4.391%수준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찾은 기업들은 모두 조 단위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 포문을 연 △KT(2조8850억 원)와 △이마트(1조1750억 원)부터 △포스코(3조9700억 원) △연합자산관리(1조200억 원) 등이다. 지난해 11월 말 178bp까지 치솟았던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는 12월 160bp선을 지나 연초 140bp선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 국채 대비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를 낮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연말 SK텔레콤에 이어 이번주 KT, 포스코 등이 대흥행하면서 채권 시장에 자금 유입세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올 해 금리가 '상고하저'일 것이라는 전망도 기관들의 투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산금리를 높게 붙이며 소극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던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 연기금들도 연일 금리를 낮춰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만 이같은 매수세는 신용도가 AA등급 이상인 우량 기업들에만 한정된 만큼 비우량 기업들의 현금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2500억 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시장에 나선 롯데건설은 시장에서 투자자를 다 구하지 못하고 산업은행과 채안펀드로부터 1900억 원의 지원을 받아 겨우 자금을 마련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조달 담당 임원은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커진 가운데 추후 펀더멘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비우량 기업보다는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한 분위기"라며 "특히 A등급 회사채의 경우 채안펀드 같은 정책적 지원도 없기 때문에 미매각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A등급 기업은 30일 신세계푸드(A+)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