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인 4조 원대에 그쳤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을 밑돈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여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4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6일 공시했다. 전년 4분기 대비 매출은 8.58% 줄었고 영업이익은 69%나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에프앤가이드) 6조 9254억 원을 2조 6000억 원(37.54%) 하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14년 3분기(4조 6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사업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사업 부문이 업황 부진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 회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6.6%)을 차지한 반도체 사업의 수익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3분기보다 70% 이상 축소된 1조 원대로 예상했다.
여기에 소비 부진의 여파로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다른 주력 제품들의 판매도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4분기는 가전 업계의 성수기로 여겨지는데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황이 심각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의 수요가 부진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하면서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 발표에서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실적에 대한 충격이 컸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기업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300조 원을 돌파한 데서 의미를 찾았다. 하반기에 부진했지만 상반기에 반도체 호황 등으로 매출을 대폭 끌어올린 결과다. 연간 영업이익은 43조 3000억 원으로 전년(51조 6000억 원) 대비 1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