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동정심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지병’에 빠지면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사라집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립 준비 청년 당사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만든 자립준비청년협회의 주우진(28) 회장은 6일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가 원하는 건 도움이 아니라 주체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협회는 아동 양육 시설이나 공동생활 가정(그룹홈), 가정 위탁 출신 당사자들이 퇴소 후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결성한 단체다. 주 회장 역시 13세부터 10년간 시설에서 생활한 자립 준비 청년이다.
그는 자립 준비 청년들의 경계 대상 1호로 동정심을 꼽는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남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생기게 된다. ‘어렵다고 하면 누가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에 의타적인 성격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설에서 퇴소할 때는 자립정착금·수당 등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도 5년이면 끝이라는 점이다. 그 이후에는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주 회장은 “20~30대까지는 몰라도 40~50대가 돼서도 자신의 어려움을 환경 탓으로 돌린다면 누가 공감을 해주겠느냐”며 “이런 상태로는 계층 이동을 절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강조하는 것이 ‘사회적 자립’이다. 자립 준비 청년을 사라져야 할 표현으로 적시했다. 자신들은 태어나 보니 부모와 떨어지게 됐고 보육원 같은 시설에 들어간 것 뿐인데, 스스로도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지만 사회는 자신들을 이미 특별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시설 출신들은 위축되고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다양한 존재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그는 “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산 것 뿐인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이런 편견을 받아야 하지’라고 생각한다”며 “시설 출신들이 자신의 과거를 부끄럽게 보지 않고 보육원도 가정의 한 형태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립 준비 청년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 살아가는 동안 실패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 탓에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나 연애를 할 때도 좌절이 이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성취감을 맛보면 달라진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주 회장의 평가다. 그는 “시설을 나온 자립 준비 청년 중 자신감을 갖고 사는 비율은 1%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극도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며 “세상의 인식을 바꾸려면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보다 자립을 잘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현재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보호 종료 이후 5년까지다. 20세에 퇴소하면 25세에 지원이 끊긴다. 문제는 20세에 사회에 나왔을 때 제대로 준비하고 자립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실은 실패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데 익숙하지 스스로 설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힘든 나이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20세에 자립 지원을 받는 것과 25세에 받았을 때 완전히 상황이 달라지더라”며 “청년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기간이 아니라 29세 등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립 준비 청년들이 인생을 결정할 때 남이 아닌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꿈과 가치를 찾는 청년이 되라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부탁도 있었다. “우리 사회는 자립 준비 청년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똑같은 청년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걱정하고 물어보는 사회가 빨리 사라지고 평범하게 만나는 ‘옆집 청년’으로 대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