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단독] 한발 2000원에 北드론 잡는다…국산 '레이저포' 개발 완료

ADD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 완성

책받침 크기만한 무인기도 백발백중

㈜한화 '시제품' 제작…軍 운용평가시험

십여차례 테스트 성공…2월 완료키로

까치 크기 드론도 탐지해 수km내 격추

‘한국판 아이언빔’으로 평가되는 국산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가 적의 무인기를 격추하는 상상도. 제공=한화‘한국판 아이언빔’으로 평가되는 국산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가 적의 무인기를 격추하는 상상도. 제공=한화




유사시 북한 무인항공기(UAV)를 격추시키기 위한 국산 레이저 대공포가 연구개발(R&D)을 사실상 완료하고 우리 군에 배치해도 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차례의 시험 평가 결과 명중률이 100%에 달했다. 정부와 국회가 레이저 대공포의 조속한 야전 배치를 위해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온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Ⅰ’이 지난해 완성돼 현재 운용시험평가(OT)가 진행되고 있다. 블록-Ⅰ은 10여 차례 실시된 운용시험평가 요격 시험에서 ‘백발백중’의 성능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레이더 등과 연동해 시험해보니 10여 ㎞ 이상 떨어진 까치·갈매기 크기의 물체까지 정확히 탐지했으며 수 ㎞ 거리 내에서 요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월 중 테스트가 성료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요격 시험을 해보니 책받침 크기의 물체까지도 다 잡아내더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도 “앞으로 전방이나 주요 시설 등에 다수 배치하면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무인기(전장 1.8m 크기로 추정)는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작은 소형 드론들도 다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국산 레이저포의 회당 발사 비용은 2000원에 불과하다. 한 발에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이상 들어가는 대공 유도탄보다 경제적이다. 레이저포는 미사일이나 기관포와 달리 낙탄 사고에 따른 민간인 등 지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없다. 따라서 최근처럼 북한 무인기가 민간인 거주 지역 등에 진입하더라도 낙탄 피해에 대한 우려 없이 적기에 레이저빔을 쏠 수 있다.

'한국판 아이언빔'으로 평가 받는 국산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의 형상도. 전방 등의 지상 고정진지에 설치돼 최대 수km 떨어진 적 무인기 등을 격추할 수 있다. 사진제공=방사청'한국판 아이언빔'으로 평가 받는 국산 레이저대공무기 '블록-Ⅰ'의 형상도. 전방 등의 지상 고정진지에 설치돼 최대 수km 떨어진 적 무인기 등을 격추할 수 있다. 사진제공=방사청


“한국판 아이언빔’ 예산 1조 편성해야” 제언

여야 ‘무인기 정쟁' 시간 낭비할 때 아냐

‘朴 시동→文 착수 →尹 후속사업’ 으로



880억 들여 레이저 대공포 개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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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배치 예산 아직 편성 안돼 보완해야

당초 우리 정부와 군은 국산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 개발을 2026년까지 총 2단계(블록-Ⅰ·블록-Ⅱ)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었다. 2019~2023년 지상 진지에 고정형으로 배치할 수 있는 레이저 대공포인 ‘블록-Ⅰ( 레이저빔 출력 20㎾급 추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어 2026년까지 차량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는 이동형 레이저 대공포인 ‘블록-Ⅱ(30㎾급 추정)’ 개발의 청사진도 그려 놓았다. 체계 개발 사업의 주관은 ADD가 맡고 시제품은 ㈜한화가 제작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그런데 ADD와 한화가 예상 시기보다 빠른 지난해에 블록-Ⅰ을 사실상 완성해 현재 군에서 곧바로 전력화해도 될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한 레이저 대공포 ‘아이언빔’의 초기 모델(출력 20㎾급, 유효사거리 2㎞ 추정)과 비교할 때 블록-Ⅰ의 레이저빔 출력은 동급이고, 사거리는 아이언보다 국산이 월등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월등한 사거리는 개량 등을 통해 한층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Ⅱ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레이저포 ‘아테나(30㎾급)’에 필적하거나 그보다 우수한 수준을 목표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 및 군이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 개발에 시동을 건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2014년 우리 군의 탐지를 피해 몰래 숨어들었다가 추락한 북한 무인기의 잔해를 발견한 것이 사업 추진의 계기가 됐다. 군은 2015년 12월 레이저 대공 무기 체계가 필요하다는 ‘신규 소요’를 장기 사업으로 결정했다.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2016년 11월까지 선행 연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침한 경로를 그린 설명도. 1번은 서울을 침범한 1대의 경로. 2번은 나머지 4대가 강화도 등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간 경로. 제공=합참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남침한 경로를 그린 설명도. 1번은 서울을 침범한 1대의 경로. 2번은 나머지 4대가 강화도 등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간 경로. 제공=합참


당국은 대공 무기 체계 개발 사업을 보다 빨리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위해 2017년 사업 형식을 기존의 ‘장기 신규 소요 사업’에서 ‘중기 사업’으로 전환해 ‘사업 추진 기본 전략’을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해당 기본 전략을 바탕으로 2019년도 국방 예산부터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Ⅰ의 체계 개발 예산을 편성해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전 정부들의 기조를 이어받아 2023년도 예산안에 해당 체계 개발 예산을 반영했으며 향후 블록-Ⅱ의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종합하면 무인기를 잡을 대공 레이저포는 어느 한 정부의 작품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윤석열 정부’에 이르는 릴레이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북한 무인기 남침 사태 대응의 공과를 놓고 특정 정부의 책임이라거나 어떤 정부가 대응 무기를 개발한 업적을 냈다는 식의 입씨름은 의미가 없다고 국방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야가 정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국산 대공 레이저포 등 무인기 대응 체계가 빨리 야전부대에 전력화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대공 레이저포 예산은 총 880억 원으로 모두 R&D용 예산이다. 개발이 완료된 레이저포를 양산해 대량으로 전량 배치하려면 구매 예산이 별도로 편성돼야 한다. 해당 레이저포들을 전방의 공지선 상에 빈틈없이 줄줄이 배치하고 후방의 주요 시설 주변 등에도 설치하려면 대략 최대 1조 원 가량의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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