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막이 올랐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행사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전환된 만큼 열기는 뜨거웠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메인 세션에서 향후 비전과 관심 파이프라인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호텔 로비에선 기업들의 파트너링이 계속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웨스트 인 샌프란시스코 호텔 입구에선 아침 6시 30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해도 뜨지 않아 캄캄하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투자유치,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 등을 위해 분주히 호텔을 찾았다. 실제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엔 강풍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3000명이 사전 등록을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도 긴 줄은 역시 이어졌다. 세션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링도 활발히 이뤄졌다. 기업들은 바이오USA, 바이오유럽,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에서도 만난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에 대해 “이전부터 미팅을 진행하던 기업들과 보다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투자 컨퍼런스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사노피에 기술수출을 진행한 바 있는데, 사노피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발표를 유심히 지켜본 다음 후보물질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별도의 세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행사장을 찾았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 뿐만 아니라 노바티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사업 계획이 있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여러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부사장도 “관심 있는 기업들의 세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필수 JW중외제약 수석 상무는 “후보물질 도입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며 “이미 관련 논의들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고 했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이어졌다. 이날 9시께 진행된 메드트로닉의 세션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행사 참가자들은 문 밖에서도 발표를 듣기 위해 뒷꿈치를 들고 고개를 빼어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은 150여개 국가에서 9만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회사다. 대표 제품으론 생체접착제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치료용 의료기기 '베나실'과 고주파 열을 이용한 정맥 내 시술용 의료기기 '클로저 패스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도 헬스케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서울대 병원 관계자는 “헬스케어 분야 위주로 세션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로 올해는 전 세계 550여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7년 연속 참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 기업들 중 유일하게 메인 트랙에 참가한다. 존림 사장은 11일 연사로 나서 그동안의 성과와 올해 사업 계획 및 중장기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참석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아시아태평양·중남미(APAC&LatAm) 섹션에서 발표를 진행한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10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인수한 시라큐스 공장의 경쟁력을 발표하고 수주 활동에 나선다.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전무는 미국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의 M&A 시너지 및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발표한다.
많은 제약사들이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행사장 앞에선 제약사에 대한 시위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날 오전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에이즈 치료제의 가격을 두 배 가량 올린 것을 비판했다. 시민들은 ‘STOP BEING GREEDY’, ‘Gilead CARES MORE ABOUT MONEY THAN LIVES’ 등의 팜플렛을 들고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 시민들은 “생명보다 돈을 더 우선하는 길리어드는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