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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얼라인, 우리금융에 다올인베 M&A 중단 압박

"3000억에 인수하면 PER 128배 달해" 비판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촉구

VC·증권사 인수 원하는 우리금융 부담 커져





최근 금융지주사 7곳에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우리금융지주(316140)에 사실상 신규 인수합병(M&A)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보다 PER이 훨씬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온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경영권을 최대 3000억 원에 인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장에서는 당장 이 거래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기관 및 개인투자가, 언론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기업이 PER 3 이하인 상태에서는 그 어떤 M&A도 말이 될 수 없다"면서 "현재 은행들의 기업가치 수준에선 신규 M&A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금융이 다올인베를 2000억~3000억원에 인수하면 다올인베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PER은 85~128배에 거래하는 것"이라며 "다올인베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2021년 순이익(648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PER은 5.9~8.9배"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본지에 "우리금융 이사회가 다올인베 인수 건을 통과시킨다면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보다 유리한 이유를 주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두루뭉술한 논리라면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올투자증권(030210)은 최근 불거진 경영 위기 상황에 자회사인 다올인베 지분 52% 매각을 공식화하고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지난해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불경기와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등에 따른 채권 시장 혼란에 알짜 자산인 다올인베를 내놓게 됐다. 삼일PwC가 매각 주관사를 맡은 가운데 증권사와 벤처캐피탈(VC) 등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에 적극 나서온 우리금융이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떠올랐다.

얼라인은 지난 2일 KB금융(105560)·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JB·BNK·DGB금융지주(139130) 등 국내 7개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에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이를 시장에 공개했다. 금융지주 내 자본 재배치를 통해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 자본 비율을 13% 수준까지 높이고 이를 넘어서는 자금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등 이사회를 향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얼라인의 주주 활동 이후 지난 한주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15%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와 해외 기관에서 특히 얼라인의 입장에 동조를 보내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은행 경영진들도 주주가치 제고에 동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지주(055550)는 2일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 12% 초과분은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주주가치 제고의 첫발을 뗐다.

금융투자업계는 얼라인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우리금융의 신규 M&A 추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라인은 현재 우리금융 지분 1%를 소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제기한 주주제안을 성공적으로 관철키는 등 행동주의 펀드로서 역량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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