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인니 최초 안면인식 계좌개설"…동남아 금융 '메기' 된 韓은행

[리빌딩 파이낸스 2023] 디지털 무장, 세계로 뻗는 K금융

<中> 4대 은행, 동남아 퍼스트무버로

신한, 캄보디아 첫 비대면 대출

KB도 현지은행 인수 상업銀 전환

하나는 라인과 손잡고 라인뱅크

우리, 인니 등 동남아 3대법인 육성

글로벌 순익 30% 동남아서 거둬

"디지털기술 더해 소매금융 강화

개인대출 등 현지화 포커싱" 주효








# 하나은행과 라인의 합작 은행인 인도네시아 라인뱅크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안면 인식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에 선보이기로 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은행 콜센터 상담원과 화상통화를 거쳐야 하는데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비대면 계좌 개설에 한계가 있었다. 라인뱅크는 이미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았으며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면 계좌 개설에 필요한 시간이 확연하게 짧아지고 에러도 줄어든다. 한국 은행이 인도네시아 디지털금융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흥국에서는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선진 시장에서는 수익성 높은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에 주력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미국·유럽·중국 등의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임에도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금융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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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4대 은행의 글로벌 순이익은 1조 5717억 원으로 이미 2021년 전체 순이익(1조 4540억 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3분기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올해 사상 첫 글로벌 순익 2조 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순익의 30% 가까이를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급성장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 사업에 전략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소매금융(리테일)을 중심으로 한 영업 전략을 펼치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기업금융과 IB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 시장 역시 초기에는 해당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한 기업금융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경제 등 동남아 지역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리테일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바뀌어갔다. 황규순 우리소다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동남아시아는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곳”이라며 “개인 대출을 통한 현지화에 포커싱을 둔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동남아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2020년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MFI)를 인수해 KB캄보디아은행과의 합병을 통한 상업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HSBC를 제치고 베트남 외국계 은행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주력인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법인을 세우고 베트남·필리핀 등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베트남우리은행, 캄보디아우리은행 등 동남아 3대 법인을 육성해 현지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금융을 앞세워 현지 은행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은행들은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mation)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동남아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아 각국에서 국내 은행들은 잇따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따내고 있다. KB캄보디아은행은 2021년 캄보디아 최초의 모바일 신용대출 ‘KB스마트론’을 출시했으며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 실적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의 첫 100% 비대면 신용대출인 ‘디지털 컨슈머론’을 출시했고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인도네시아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안면 인식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정경원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결국 이쪽으로 갈 것”이라며 “먼저 경험하면 데이터는 계속 쌓을 수 있다. 먼저 해본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그간의 성과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확대를 위해 꾸준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12월 5일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한 새로운 뱅킹 애플리케이션 ‘베트남 쏠’을 새로 선보였으며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은 이달 중 비대면 신용대출 및 계좌 개설 등을 탑재해 기존 앱을 전면 개편한 새로운 뱅킹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이들 은행의 경영 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지 은행 법인들은 올해 리스크 관리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의 경우 신용평가 모델이 정교하지 않고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한 부실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황대규 신한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은 “균형 있는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업 여신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시장 리스크 모니터링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우열 KB부코핀은행 법인장도 “현재는 리스크 관리와 신뢰 회복이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호찌민·자카르타=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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