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4명이 시민권을 상실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보안국과 국가이민청의 자료에 근거해 헌법에 따라 시민권 박탈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약 국회의원들이 우크라이나 국민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온 살인자들을 섬기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우리의 조치는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이 이런 결정이 내려지는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 시민권이 박탈된 4명은 빅토르 볼로디미로비치 메드베드추크(68), 안드리 레오니도비치 데르카치(55), 타라스 로마노비치 코자크(50), 레나트 라벨리요비치 쿠즈민(55)이다. 이들 중 무소속인 데르카치를 제외한 3명은 개전 이래 활동이 금지된 친러시아 정당 소속이었다.
기업인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메드베르추크는 엄청난 재산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정계에서 막강한 권력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그는 과거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도 참여한 바 있다.
메드베르추크는 지난해 4월 반역 혐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자연 자원을 훔치려 한 혐의 등으로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같은 해 9월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인 215명과 우크라이나가 억류 중이던 수감자 50여 명이 교환될 당시 러시아에 인계됐다.
데르카치 역시 기업인 출신이며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미국 국무부는 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러시아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고 보고 있다.
코자크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아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공격하고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작전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미국 당국으로부터 받고 있다.
쿠즈민 역시 친러 정당 소속 우크라이나 정치인이다. 2010∼2013년 검찰 2인자인 제1 부(副)검찰총장을, 2013∼2014년에는 국가안보국방회의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들 4명은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이며 러시아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독일 dpa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