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에게 화학물질을 몰래 먹여 살해한 30대 여성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보험금을 노린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 심리로 1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존속살해 및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38)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보험금을 노리거나 경제적인 목적으로 피고인이 어머니를 살해하지는 않았다”며 “여러 동기가 결합해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한 빌라에서 음료수에 탄 자동차 부동액을 몰래 먹여 60대 어머니 B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숨진 B씨는 닷새 뒤 혼자 살던 빌라에서 아들에게 발견됐으며 시신 일부가 부패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후 "체내에 남아있는 화학 액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경찰에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질책한 게 주된 원인”이라며 “어머니가 살아있을 때 받은 보험금을 피고인이 어머니 통장에서 빼서 쓴 사실은 있으나, 사망 후 보험금을 자신이 받을 수 있을지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대출로 인한 빚을 새로운 대출로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면서 어머니 명의로 몰래 대출을 받거나, 어머니 금품을 훔쳐 빚을 갚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어머니에게 발각됐고, 어머니가 변제를 독촉하자 원망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공판 검사는 “A씨는 채무 해결 방법을 찾던 중 피해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 채무를 변제하려고 했는데 피해자에게 채무가 발각돼 다투고 질책을 당하자 압박감과 원망을 느끼고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숨지면 (어머니에게 갚을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피고인은 지난해 1월 15일 쌍화탕에 화학물질을 넣어 살해하려고 했으나 무서움을 느껴 119에 신고해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인미수 범행 후 겁을 먹고 119에 직접 신고했고 B 씨는 2차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 씨는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답변했으며 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어머니에게 화학 액체를 몰려 먹여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숨진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남동생의 문자메시지가 오자 자신이 직접 답하며 친모 행세를 하고 한동안 범행을 숨기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