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폭 3m 골목에 1㎡당 10.74명…이태원 희생자 최대 560kg 압박받아"

"사고 원인, 좁은 골목에 인파 과도한 밀집"

사고 전후 군중밀도 1㎡당 7.72~10.74 증가

경찰이 11월 3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경찰이 11월 3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가 폭 3m 남짓한 좁고 가파른 골목에 인파가 한꺼번에 밀집되면서 발생했다고 13일 결론냈다.



특수본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3D 시뮬레이션 감정과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 박준영 국립금오공대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종합한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특수본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께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밀집된 군중은 갑자기 빠른 속도로 해밀톤호텔 옆 T자형 좁은 골목으로 '떠밀려' 이동했다. 특수본은 이로 인해 해당 골목의 A 주점 앞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로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골목 폐쇄회로(CC)TV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해당 골목의 군중 밀도는 오후 10시15분께 ㎡당 7.72∼8.39명에서 5분 뒤 ㎡당 8.06∼9.40명으로 증가했다. 오후 10시25분께는 ㎡당 9.07∼10.74명까지 늘었다.

오후 8시께부터는 이태원역 각 출구를 통해 인파가 대거 유입되면서 군중밀집도가 상승했다.

이태원역에서는 오후 5시부터 한시간 동안 승차 인원(2129명)보다 4배가량으로 많은 8068명이 하차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시간당 약 1만명씩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당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군중 유체화' 현상이 벌어질 만큼 과도하게 밀집했다. 군중유체화 현상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밀착하면서 각각 독립적인 입자가 아닌 유체와 같은 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군중 유체화는 오후 9시께부터 이미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T자형 골목 삼거리 좌우에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13분께는 T자형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면서 군중 유체화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세계음식거리의 군중 밀도는 이미 오후 9시1분께 ㎡당 9.74∼12.09명 수준이었다. 오후 10시16분께 ㎡당 6.94∼8.06명으로 줄었지만 오후 10시26분께 ㎡당 8.06∼9.40명으로 다시 늘었다.



오후 10시15분 처음으로 인파가 넘어진 이후 약 15초 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4차례 이어졌다. 해당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골목길 위에서 계속 아래로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오후 10시25분까지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피해자들은 사고 골목에서 평균 224∼560㎏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이 골목에서 모두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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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많은 인파가 몰리게 된 이유로 지역적·장소적·시기적 요인을 꼽았다.

이태원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으로 이태원로 일대에만 30여 개국의 전통 음식을 취급하는 외국 음식점, 클럽·라운지바, 노점상 등이 즐비해 해마다 핼러윈 데이 때면 많은 사람이 몰린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T자형 내리막 경사인데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지하철로 오가는 인파가 꾸준히 유입되는 곳이다. 이 골목의 도로 폭은 평균 4m 내외다. 특히 사고 발생한 지점의 도로 폭은 국과수 감정 결과 3.199m로 나타나 이 골목에서 가장 좁은 지점에 해당했다.

사고 현장 골목의 가장 아래 지점인 편의점을 기준으로 세계음식거리까지의 높이차는 4.5∼5.4m 였다. 이 골목이 내리막 경사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음식거리 도로 경사도는 0.2∼2.257도(deg)로 대체로 완만하지만 사고 발생 골목은 가장 완만한 경사가 6.575도로 가파르다. 최초 사고 현장인 A 주점 일대는 경사도가 8.847∼11.197도까지 올라간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일정 인원 이상 집합 금지,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 여러 방역 조치가 해제된 것도 인파가 몰린 한 원인으로 특수본은 짚었다.

희생자들의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등이었다. 사람에 눌리고 끼어 숨을 쉬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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