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872년 발굴한 호박 속 꽃…150년 만에 새 속명 얻어

사도우스키 박사 속명 노린재나무로 바꿀 것 제안

고대 북유럽 기후는 지금보다 따뜻했을 것으로 추정

호박 속 꽃은 1872년 발견된 이후 잊혀졌다 150년 만에 새로운 속명을 얻었다. Carola Radke, MfN(Museum fur Naturkunde Berlin) 제공.호박 속 꽃은 1872년 발견된 이후 잊혀졌다 150년 만에 새로운 속명을 얻었다. Carola Radke, MfN(Museum fur Naturkunde Berlin) 제공.




약 3800만년 전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침엽수림에서 나뭇진에 갇혔던 꽃이 150년 만에 제 이름을 갖게 됐다. 이 꽃은 나뭇진이 굳어 형성되는 투명한 호박(琥珀)에 생생하게 보존돼 왔다.



13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872년 지금의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코발레프스키(Kowalewski) 약사가 이 꽃을 처음 발견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꽃이 피는 멸종 상록수인 노각나무(Stewartia) 속의 한 종으로 분류됐으며, ‘베를린 연방 지구과학·자연자원 연구소(BGR)’의 X4088 표본 번호만 부여받은 채 거의 잊힌 상태로 보관돼왔다.

이 호박 꽃에 다시금 관심을 가진 사람은 베를린자연사박물관 고식물학자 에바-마리아 사도우스키 박사였다.

그녀는 은퇴한 동료에게 호박 속에 큰 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과장됐다 여겼지만, 직접 보고는 그 크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노란 호박 속에 생생하게 보존된 꽃이 약 2.8㎝로 다른 호박 꽃의 세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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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화석은 생물이 입체적으로 보존돼 중요한 고생물학 자료가 된다. 지금까지 호박 속에서 공룡 꼬리, 거미 등 다양한 화석이 발견됐다.

하지만 작은 곤충이 대부분이며 꽃이나 식물은 1~3%에 불과하다. 호박 채집자들이 곤충을 더 선호한 이유도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식물보다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곤충이 나뭇진에 갇힐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사도우스키 박사는 지난 150년 간 발전한 분석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녀는 호박 표면을 메스로 긁어낸 뒤 꽃가루 알갱이를 추출해 고성능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 첫 연구에서 차나무 과(科) 노각나무 속으로 분류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우도스키 박사 연구팀은 꽃가루 형태를 분석했는데, 당시에는 호박 속 꽃가루를 발견해 연구할 수 있을 정도로 분석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들은 이 꽃이 현재 유럽에선 사라지고 아시아에서 자라는 ‘노린재나무(Symplocos)’ 속에 더 가깝다는 결과를 내놓고 속명을 노각나무에서 노린재나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노린재나무 속 꽃의 존재가 고대 북유럽의 기후가 지금보다 따뜻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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