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변인 '고사작전' 통했나…김만배 '입' 서서히 열린다[서초동 야단법석]

측근 수사에 '심리적 압박'이 자해로

김만배發 법조·언론계 로비 정황 줄줄이

주변인 연이어 수사받을 시 부담 커질듯

'침묵'에서 '수사협조'로 방향틀 지 주목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로 인해 무고한 주변 분들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돼 괴로운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해 소동으로 치료를 받다가 한 달여 만인 지난 13일 법정으로 돌아온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남긴 말이다. 김 씨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가 평소 인관관계를 유달리 중시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평소 주변인들에게 술을 사거나 용돈을 주는 일화도 심심찮게 들려온 터라 주위에서 그는 상당한 재력가로 통했다. 주 무대였던 서초동을 중심으로 김 씨가 법조·정치·언론인 등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간다는 얘기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알려진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김 씨는 그간 쌓은 ‘거미줄 인맥’을 대장동 사업에 적극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로비의 핵심인 ‘50억 클럽’이 그렇고 최근 세간을 달구고 있는 언론·법조계 로비 정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 씨를 ‘인허가 로비스트’, ‘검찰수사 무마 로비스트’라고 지칭했다.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역시 2021년 10월 검찰에서 김 씨가 실행한 ‘법조인 로비’를 묻는 질문에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 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 원씩 가지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로비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남 변호사는 “제1공단 시행업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주식회사가 공원화에 반대하면서 성남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막은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며 “그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았으면, 대장동 개발 사업이 3년은 지연되었을 것“이라고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려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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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금전 거래를 했던 언론사 간부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2020년 3월분 정영학 녹취록에서 ”너(정영학)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회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그간 금품 전달이 이어져왔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김만배 방패가 튼튼해. 별명이 이지스함(최신종합무기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이야. 김 이지스. 대한민국에 이 큰 사업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드려 맞는 거 봤어”라고 언론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장동 로비 수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선 김 씨가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 다만 수사 협조로 방향을 튼 다른 대장동 일당과는 달리 김 씨만 입을 굳게 다물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김 씨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 아닌, 그의 주변인을 샅샅이 살피는 방식의 수사를 전개해왔다. 측근인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와 이사 최우향(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씨에 대한 수사는 김 씨의 심리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씨의 자해가 이들의 체포 시점과 겹치는 게 그 이유다. 두 사람은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을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관리하면서 수감 중인 김 씨에게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고액권 수표는 소액권 수표로 순차 교환해 지급정지 등에 대비하는 등 (김 씨의)재산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지키겠다”는 각오가 담긴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향후 김 씨와 엮인 법조·언론인들을 향하게 되면, 김 씨의 부담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고초를 겪는다는 심리적 압박에 결국 김 씨가 검찰에 이번 사건의 최정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관련된 진술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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