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매매 업주, 처벌보다 돈 잃는 것 두려워해 …범죄수익, 끝까지 환수해야"

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풍속수사팀 경사

경기도 일대 성매매 알선 일당 일망타진 주역

진화하는 업주와 두뇌싸움…"처벌 강화 나서야"

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경사.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경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오피스텔 40여실, 성매수 남성 6300여명.’

지난해 10월 26일 불법 성매매 첩보를 입수하고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영업사무실을 급습한 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풍속수사팀 경사는 성매매 알선업자가 꼼곰하게 기록한 엑셀 장부를 발견했다. 채 경사는 장부에서 의정부 외에도 ‘클라스’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더 큰 업장을 운영하는 것을 알아챘다.

채 경사는 이 한 번의 기습으로 경기도 일대에서 오피스텔 40여채를 빌려 ‘기업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47억여원을 챙긴 포주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경기북부청에서 12일 서울경제와 만난 채 경사는 “의정부 불법성매매 일당의 영업실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분당에서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사실을 포착했다”라며 “분당경찰서에 사건 이송을 요청해 의정부와 분당 사건을 합병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검거된 일당은 2020년 1월부터 2년여간 성남과 의정부 일대에서 오피스텔 42개 실을 임차해 불법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여성 80~100명을 고용해 국내 최대 인터넷 성매매 사이트에 광고한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성매매 대금 11만~19만원을 받았다.

2015년 4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채 경사는 의정부 경찰서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021년도부터 경기북부청에서 풍속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채 경사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진화하는 범죄자들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체포한 일당의 실제 업주인 A씨도 수사망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원동했다.

A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손님의 회사 명함과 주민등록증은 물론 회사 월급 명세서까지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채 경사는 일당의 깐깐한 신원확인 절차를 뚫기 위해 정보원을 손님인척 가장해 성매매가 이뤄지는 오피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성매매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실제 업주를 처벌하는 일이다. 그는 “성매매 알선은 초범일 경우 수백만 원대 벌금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업주는 금전적인 보상을 미끼로 영업실장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다”며 “영업실장 명의로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하고 대포폰을 사용할 경우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붙잡힌 A씨 역시 종합스포츠센터, 카페, 헬스장 등을 운영하는 등 사회에서는 번듯한 사업가로서 행세하며 자신은 일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당 중 한명이 경찰 조사에서 실제 업주에 대해 결정적 증언을 하면서 A씨의 범죄행각이 적발됐다.

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경사.채송아 경기북부경찰청 경사.


채 경사는 실효성 있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선 강력한 범죄수익 환수조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 사건을 추적하고 송치하면서 느낀 점은 업주가 처벌보다 재산을 더 중요하게 신경쓴다는 점”이라며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범죄수익 환수와 처벌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성매매 알선 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일당이 소유한 아파트 4채와 벤츠 등 고급 외제차량 4대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한 상태다.

박우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