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초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 1000달러를 기록,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했다. 2009년 9월에도 남북 간 ‘중국·홍콩 방식의 점진적 통합’을 전망하며 통일 한국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랬던 골드만삭스가 최근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해 씁쓸함을 자아낸다. 2075년 한국의 1인당 GDP가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프랑스·캐나다 수준으로 오르긴 하나 경제 규모가 인도네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방글라데시보다 밀릴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우리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한 2020년만 해도 세계 10위, 지난해는 12위였다.
문제는 이 같은 경제 규모 추락 우려가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활력 쇠퇴라는 구조적 요인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인구절벽에 처해 있다. 반면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가 지난해 5182만 명에서 2075년 3359만 명으로 3분의 1 이상 폭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방 소멸의 빨간불이 들어온데 이어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위기에도 경직된 노동시장과 양극화 심화,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 첨단 산업 전환 과정에서 규제의 딜레마,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 부족 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노동, 자본 투입, 총요소 생산성으로 이뤄진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며 ‘다이내믹 코리아’의 꿈이 멀어져가고 있다.
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헝가리의 출산 시 단계적 대출 원금 탕감 카드를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밝힌 것도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이런 위기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경원이 쏘아올린 작은 공(나쏘공)’은 생산적인 정책 논쟁이 아니라 국민의힘 대표 도전 여부와 맞물리며 엉뚱하게 해임 사태 등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하며 사그라들고 말았다.
물론 포퓰리즘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정부가 2005~2021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약 280조 원을 썼지만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도 올해 0세 부모에게 1년 간 월 70만 원을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월 10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하는 등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양육·보육·교육·일자리·연금·주거 등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아이를 낳은 뒤 저렴하게 양질의 육아 도우미(베이비시터)를 둘 수 있게 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월 60만~80만 원이면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의 여성을 베이비시터로 쓸 수 있다. 정부가 전문 소개 업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역할도 해줘 믿을 수 있다. 우리도 내·외국인 간 동일한 최저임금 명분에만 얽매이지 말고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까지는 맞벌이 부부가 퇴근할 때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보호, 교육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교육 절감과 글로벌 수준의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혁신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더 이상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 활력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적연금 개혁도 젊은 세대의 부담 경감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중요한 이슈다. 분단 국가였던 독일이 1990년 통일에 성공한 뒤 지금은 이민자와 자녀 비중이 20%를 넘을 정도로 이민에 관대한 점도 득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드만삭스가 2050년에도 세계경제 5대강국으로 꼽은 독일을 모델로 할지, 혁신성이 떨어져 쇠락 추세인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