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던 유럽 증시가 최근 강한 반등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물가 압력이 줄어든 데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독일 등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증시에 상장된 은행, 명품 기업 등 가치주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유럽 증시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분석이다.
17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MSCI유로존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유로존 ETF’는 13일(현지 시간) 3개월 전 대비 31.06% 오른 43.92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SPDR 유로스톡스 50ETF(33.61%)’ ‘뱅가드 FTSE 유럽 ETF(25.74%)’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유럽 ETF(25.87%)’ 등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국내에 상장된 ‘KBSTAR 유로스탁스50(H)(24.04%)’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24.38%)’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천연가스 가격 급락 속에 유럽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이들 ETF가 고공 행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 시간) 유로스톡스50지수는 3개월 전보다 20.8% 상승한 4157에 마감했다. 독일과 프랑스 대표 지수인 DAX지수와 CAC40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19.64%, 16.59% 상승해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8.73%)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영국의 FTSE100지수는 13.58% 오른 7860.07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2018년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7903.50)에 근접한 수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 급락발 물가 압력 둔화, 시중금리 하락, 그리고 체감 지표의 저점 통과 등 천연가스 가격 급락의 효과가 순차적으로 가시화하면서 유럽 증시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로화 반등도 유럽 증시 랠리를 이끄는 요소다. 박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대중국 수출 회복이 직간접적으로 독일 등 유로존 경기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고 유로화가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폐기가 유럽 증시 반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유럽 증시가 1분기 중 단기 모멘텀은 있으나 추세적인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이에 따른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리스크는 유로존 경기의 V자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경기 모멘텀 개선은 분명하지만 유럽 증시의 숨 고르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나증권 역시 1분기 이후에는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며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이미 주가가 호재를 상당 부분 반영했으며 경기 침체 압박 속에 기업 실적 부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