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뇌졸중집중치료실 늘려야

■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매년 10만여 건의 뇌졸중이 새롭게 발생한다. 그중 3분의 1이 사망하거나 장애로 고통받는다. 뇌졸중 이후의 삶은 발병 초기에 얼마나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지에 달려 있다. 초기 치료는 크게 발생 직후 수 시간에서 하루 이내에 받을 수 있는 혈관 재개통 치료와 이후 재발 및 악화를 막기 위해 받는 급성기 치료로 나뉜다.

그런데 오랜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뇌졸중 환자 5~6명 중 한 명만이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혈관 재개통 치료 시행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절반이 훨씬 넘는 환자들이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인 3시간을 넘긴 가운데 치료 가능한 병원에 도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혈관 재개통 치료 이후 급성기 치료의 주된 목표는 뇌졸중의 조기 재발 및 악화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있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만을 한군데 모아서 전문 의료진이 치료하는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가 우선적으로 권고된다.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는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을 지닌 급성기 치료가 이뤄진다. 대다수 뇌졸중 환자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망이나 중증 장애 위험을 20% 이상 감소시킬 정도로 효과도 뛰어나다. 아스피린이나 혈전용해제 투여와 비교해도 치료 효과가 5~8배에 달한다.

관련기사



영국·독일·체코·스웨덴 등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뇌졸중 환자의 77~88%가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30~40% 정도만이 뇌졸중집중치료실의 혜택을 받고 있을 뿐이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려면 뇌졸중 치료에 특화된 병실과 뇌졸중의 증상 변화 및 치료에 익숙한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의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233개 중·대형 병원의 42.5% 수준에 불과하다. 5년이 지나도록 뇌졸중집중치료실 운영 병원 비중이 절반을 밑도는 배경으로는 투입되는 시설과 인력 대비 턱없이 낮은 수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급성기 치료를 제공하는 뇌졸중집중치료실의 수가는 종합병원 기준 1일 13만 3320원이다. 간호 간병 서비스 다인실 병실료 16만 710원에도 못 미치다 보니 병원들 입장에서는 선뜻 운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필수 중증 의료가 처한 현실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뇌졸중 치료에 익숙한 의료진이 임상 진료 지침과 각 병원 특성에 맞게 보완된 프로토콜을 따라 뇌졸중 환자만을 집중 치료하면 결과가 좋다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지난해 말 발표된 필수 의료 대책의 어디에도 뇌졸중집중치료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뇌졸중 치료의 기본은 ‘뇌졸중 환자는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에 문제가 있다면 사상누각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속 가능한 뇌졸중 치료 체계를 구축하려면 그 기본을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안경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