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내일 아닙니까. 상담을 통해 영유아의 올바른 성장발달을 도울 수 있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죠. ”
최용재(58)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19일 서울경제와 만나 "정부가 영유아 건강관리 차원에서 시작한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이 한 발 더 나아가 심층진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영·유아 건강검진과 연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연령별 맞춤형 교육상담을 제공하는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이 첫 발을 뗐다. 저출산으로 아동 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초기 영·유아기에 신체, 행동 발달 및 건강관리 습관 등을 점검해 건강 이상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와 연계한다는 취지다. 튼튼어린이병원을 비롯해 전국 병의원 1290곳이 시범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다. 최 원장은 "성장·심리상담·비만·만성질환 관리 등 세부 항목을 나눠 튼튼어린이병원만의 매뉴얼을 준비했다"며 "놀이 프로그램 등 상담을 도울 보육교사 채용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팀 체제로 운영에 나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최 원장은 평소 육아 자체를 고단하게 여기는 MZ세대 부모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움이 컸다. 때문에 이번 시범사업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30년 가까이 영유아 진료의 최일선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모든 상담을 직접 맡겠다고 자원했다. 상담 후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 외에도 보육교사를 통해 가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과 파버 수면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육아의 가장 큰 문제는 TV, 스마트폰 등 미디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며 “미디어 육아는 언어·지능 발달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사회적인 관계 기술을 키우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장기 아동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에게 혼나고 이를 개선해 인정 받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기결정권이 길러진다. 부모 역시 아이와 '건강한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육아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갈등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가 칭얼거릴 때 즉각 유튜브를 틀어주거나 ‘공갈젖꼭지(pacifier)’를 물려주는 식의 대처를 반복한다면 도리어 성장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전문의 개입을 통해 미흡한 육아를 보완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범사업이 갖는 의미가 크다"며 "부모들에게 육아의 기쁨을 되찾아 준다면 근본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 기간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보완해 더욱 내실화된 제도로 정착시켜야 겠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최 원장은 "전공의 급감, 응급실 운영 중단 등 최근 소아청소년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 뿐"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전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