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별의 목소리에는 서사가 있다. 3분가량의 그의 노래를 듣고 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만 같은 울림이 있다. 흘러가는 노래가 아닌, 감정을 나누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매력이다. 여기에 20년의 깊이가 더해지니 더 화려하게 반짝인다.
별은 지난 11일 여섯 번째 정규 앨범 ‘스타트레일(Startrail)’을 발표했다. 14년 만의 정규이자 데뷔 20주년 기념작이라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다.
별의 20년의 궤적을 그린 이번 앨범은 팬들의 그리움을 달래기 충분하다. 별의 데뷔 초창기 분위기부터 지금의 새로운 매력까지 모두 담겼다. ‘목소리가 지문’이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그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부터 진정성 담긴 감성 보컬이 강조된 곡,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인 곡 등 10곡이 채워졌다.
메인과 서브로 나눠 타이틀곡을 더블로 선정한 것 또한 별의 과거와 현재를 담기 위해서다. 메인 타이틀곡 ‘오후’는 듣자마자 별의 노래다. 아련한 감정으로 점철된 데뷔곡 ‘12월 32일’이 떠오르는 이별 발라드다. 가사 한 소절마다 감정을 담아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그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
서브 타이틀곡 ‘유 아(You’re)’는 새롭다. 별의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R&B 발라드인 이 곡은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됐다. 별의 리드미컬한 보컬을 느낄 수 있는 ‘왜 모르니’에 원숙미를 더한 곡 같기도 하다.
14년 만의 정규 앨범에서 가장 달라진 건 별의 직접적인 참여도다. 앨범 소개글을 통해 “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이라고 말한 그는 자작곡을 다수 수록했다. 특이점이 있다면 그의 곡은 사랑과 이별이 소재가 아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한다는 그는 자전적인 이야기에 집중했다.
세월의 흐름만큼 표현의 깊이가 생긴 보컬리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니 피부로 와닿는다. 말 그대로 가사가 들린다. 가만히 듣고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담았다는 ‘노래’는 첫 소절부터 영화부터 그림이 그려진다.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솔직한 사유를 담은 ‘나이’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였던 그는 이제 시대를 안 타는 노래를 한다. 어느 세대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유행에 묻어가지 않는 보컬로 앨범을 완성했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소중히 담겨지길 바란다는 소망이 실현되기에 충분하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어릴 때는 할 수 없었고 어림잡아 생각했던 감정들이 지금은 훨씬 더 깊어졌죠.”
“저를 신인가수처럼 느껴도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저를 아예 몰라서 객관적으로 이 앨범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어요. 예전 활동이나 누구의 아내, 이런 것 없이 이 노래만 듣고 이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불렀었나 궁금하게 하고 싶어요.”(‘스타트레일’ 발매 기념 인터뷰 중)